이시형 박사의 건강칼럼] 이제 막 건강플랜의 걸음마를 시작한 중년에게
[이시형 박사의 건강칼럼] 이제 막 건강플랜의 걸음마를 시작한 중년에게
삼성스포츠 입력 2015.01.13 10:32
[삼성스포츠] 깊은 한숨처럼 가라앉은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성탄절도 조용히 지나가는가 싶더니 어느덧 2015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서점가에서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著)'이라는 책이 가장 인기 있는 책이었다죠.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크린에서는 76년을 함께 해 온 노부부의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비록 주인공이었던 할아버지는 영화 촬영 도중 98세를 일기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셨지만, 오랜 세월을 부부가 서로를 살뜰히 위해가며 때론 친구처럼, 때론 애인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죠.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2015년쯤 되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거창한 끼니 대신 알약 하나만 먹으면 몇 시간은 배도 고프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올 거라 생각했던 어린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런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의학에서는 엄청난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살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을 더 고민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병원마다 노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고 있으며, 은행과 증권가에서도 행복한 노후를 위한 투자 전략을 상품으로 만들어 출시하느라 분주합니다. 해가 갈수록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긴 하지만, 한편으론 수명만 담보된 채 주머니는 점점 얇아져 가고 있는 현실이 내심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역시 100세 시대의 가장 큰 밑천은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아닐까요? 어쨌거나 몸이 건강해야 인생 2모작을 하더라도 소출이 있을 것이며, 그 소출을 팔아서 인생을 즐기려고 해도 건강이 뒷받침되어 줘야 가능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몸 자체는 노인들의 지출 1위인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니,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생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100세 시대를 위한 건강 준비는 40대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인생 2막을 멋지게 올리기 위해서 철저히 준비하는 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건강도 '아직은 괜찮다'고 자만하기 쉬운 40대부터 대비해야 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물이 새는 줄 모르고 방심하다,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구멍이 커져 둑이 터지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누수 현상이 생기기 직전인 40대부터 신경 써서 내 몸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크고 작은 보수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 시기를 먼저 지내온 선배의 입장에서, 이제 막 건강에 신경쓰기 시작한 중년들에게 몇 가지만 조언을 하겠습니다.
1. 건강관리를 함에 있어 남 눈치를 보지 말라
진중한 톤으로 심층취재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모 PD가 '줌바 댄스'로 불과 일주일만에 수 kg을 감량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단 1주일만 했는데도 몸무게가 4kg이 빠지고 허리도 6cm가 줄었다고 합니다. 줌바 댄스란 살사, 레게, 라틴댄스 등 각종 춤을 피트니스로 응용한 것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그에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에 깜짝 놀랐고, 그 다음에는 중년의 점잖은 남자가 주부들 틈 사이에서 댄스를 배웠다는 사실에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내가 내 한 몸 돌보겠다는데, 남의 눈치가 무슨 상관입니까? 주부님들 사이에서 에어로빅을 하면 또 어떻고, 우락부락한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근력운동을 하면 또 어떻습니까? 내 소중한 한 몸 돌보겠다는데, 핀잔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제발 건강관리를 함에 있어 남의 눈치 보는 일은 삼갑시다.
2. 정기검진에 소홀하지 말라
어떤 질병에 걸릴 확률이 1%라고 해도, 내가 걸리면 100%입니다. 특히 암의 경우, 가족력과 관련 있는 몇몇 암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암은 50~60대 등 연령이 높을수록 고위험군이지만, 가족력과 연루되어 있는 암은 더 이른 나이에 찾아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은 암 검진에 더욱 유의하셔야 합니다. 특히 집안의 대들보인 주부들은 가족 전체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므로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쓰셔야 합니다. 바쁜 집안일로 정작 자신을 돌보는데 소홀해지기 쉬운 주부들은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 건강검진권을 자신에게 선물해보세요.
3. 몸 뿐만 아니라 마음건강도 챙겨라
많은 이들이 몸의 건강은 챙기면서 정신의 건강은 소홀하게 여깁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도 많고 잘못된 오해도 많아 정신건강의학과 문턱을 넘는데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비유하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이용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2011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 중 15.3%만이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문제를 의논하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미국 39%, 뉴질랜드 38%, 호주 35%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요.
사소한 감기가 때론 폐렴 등 다른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듯이 마음의 병도 방치하면 큰 병이 되어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말 못할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하는 분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의 상담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해가 밝았습니다. 온화한 양처럼 평화로움과 강녕하심이 두루 깃들길 기원합니다.
칼럼니스트 : 이시형 박사(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When I Dream
이미지와 음악 임의 삽입/choidk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