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

우포늪은 1억 4000만년 전을 기억하고 있을까

shepherd2 2008. 10. 19. 23:23

 

우포늪은 1억4000만년 전을 기억하고 있을까

기사입력 2008-10-04 02:42 기사원문보기


물위에 푸른 초원 펼쳐진 듯

늪은 푹 젖은 땅이다. 호수도 아니고 맨땅도 아닌 모호한 경계의 중간자적 형태다. 아마도 복잡다단한 세분화가 이뤄지기 전 시원의 생명이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생명이 콜로이드 상태로 끈적거리며 녹아 있는 곳. 그걸 한 음절로 축약한 것이 바로 늪이다.

여명도 없는 캄캄한 새벽을 달려 도착한 곳은 국내 최대 천연 늪지대인 경남 창녕의 우포다. 1억4,000만년 전 생성됐다는 231만㎡ 면적의 우포는 습지의 소중함이 알려지면서 세상의 큰 관심을 얻게 됐다. 하지만 정작 그 옆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은 우포란 이름이 생소하다.

그들은 '소벌'로 불러 왔는데 왜 남들은 아무 생각 없이 우포라 부르는지 개운치 않다. 소벌의 일본식 한자 표기 우포가 람사르 총회 등을 거치며 공식 명칭으로 굳어진다는 것을 몹시 불쾌해했다.

우포는 모두 4개의 늪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늪이 소벌(우포)이고 그 옆에 나무벌(목포), 모래펄(사지포), 쪽지벌이 같은 물줄기에 붙어 있다. 어둠을 뚫고 도착한 곳은 나무벌과 소벌의 경계인 목포제방. 아무도 없는 제방을 거닐며 새벽의 늪과 조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명이 비치자 늪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빛이 밝아지는 정도에 따라 풀섶에서 잉잉대는 풀벌레 소리도 함께 커져 갔다. 생명의 숨소리가 낮게 깔려 물안개 대신 늪 위를 자욱하게 덮었다.

늪의 아침을 사진에 담으려는 이들이 하나 둘 제방에 몰려들었고, 물 위에 펼쳐진 아름다운 초원을 바라보며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다. 마침 쪽배를 타고 늪의 새벽 순찰을 나섰던 '우포 지킴이' 주영학(60) 씨를 만났다.

많은 사진 마니아들이 물안개는 언제 피느냐고 묻자 주씨는 "쓰리가 와야 칸다"고 했다. 늪처럼 탁한 그의 억센 사투리 때문에 뭔 뜻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산천의 풀이 녹아 내리야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는 그의 보충 설명에 그제서야 '서리가 와야 한다'는 이야기란 걸 알게 됐다. 주씨는 우포를 가리키며 "갈수록 풀과 덤불이 늘어나 늪이 육지화하고 있다"며 "그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걱정했다.

생명의 습지인 우포는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다. 희귀한 새는 물론 삵과 고라니 멧돼지 등 동물도 이 늪을 근거지로 살고 있다. 주씨는 "최근 수달을 닮은 외래종 누테리아가 늪의 물고기를 다 잡아 먹고 다닌다"며 "올 들어 내가 100마리 넘게 잡았지만 번식력이 워낙 좋아 골치"라고 했다.

주씨는 쪽지벌의 가시연꽃밭으로 안내했다. 15년 만에 가장 많은 가시연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의 쪽배를 타고 늪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름이 1,2m가 넘는 동그란 가시연꽃 잎이 늪을 가득 덮었다.


시인 이하석은 <늪을 헤매는 거대한 수레바퀴>에서 우포의 가시연꽃 잎을 보고 "그 큰 잎은 무수한 살이 박힌 바퀴처럼 당당하다. 너무나 당당해, 그 바퀴를 굴리면 흡사 거대한 공장처럼 이 늪의 모든 것이 일사불란하게 가동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했다.

연 잎엔 온통 가시가 박혀 있다. 붉은 보랏빛의 연꽃이 꽃다발처럼 한데 모여 피어난다. 가시가 피워낸 아름다움 때문일까. 그 빛은 더욱 선명하다.

가시연꽃 구경을 마치고 둑 위로 올라왔을 때다. 잠어실 마을 사신다는 한 할머니가 저편 물길을 보고 "순둥아"를 외쳐댄다. 강아지가 삵을 잡겠다고 달려가선 한참을 대치 중이란다. 개 짖는 곳으로 시선을 모아 봤지만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질 않는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도랑을 따라 가까이 다가갔다.

짖는 개 앞에서 미동도 없이 노려보기만 하는 삵이 보였다. 눈가에 난 주름을 보니 삵이 분명했다. 새벽 늪에서 헤엄을 치다 체온이 떨어져서인지 힘이 쭉 빠진 모습이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삵은 안간힘을 쓰고는 뒤편의 수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장시간 대치를 벌이던 순둥이는 결국 더는 못 기다리겠다며 떠난 제 주인을 좇아 마을로 뛰어가 버린다. 카메라 렌즈만이 흔들리는 수풀 너머 살아 있는 야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28일부터 람사르 총회


28일부터 경남 창원에서 제10회 람사르 총회가 열린다.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손꼽히는 세계적인 행사다.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협약 회원국들이 협약 이행을 촉구하고 실행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연다.

아시아에서는 1993년 일본 구시로 총회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는 165개 회원ㆍ비회원국 정부 대표와 국제기구 및 NGO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28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8일간 열리는 총회 기간,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다양한 의제들을 논의한다. 협약 가입 국가들의 습지 관리를 강화하는 창원 선언문도 채택할 예정이다.

주요 행사는 창鞭?창원컨벤션센터 등에서 열리지만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곳은 바로 우포다. 람사르 등록 습지인 우포를 찾는 공식 생태 탐방이 진행된다. 우포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습지로 이름을 떨칠 기회다.

창녕=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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