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 기차는 8시에 떠나네’ 김지연의 Raining Version
바이올리니스트
불 혹 의 나이 - 1 언제나...연애시절이나신혼때와 같은달콤한만을 바라고 있는 남녀에게...우리 속담은첫사랑삼년은 개도 산다고 충고하고 있다.사람의 사랑이개의 사랑과 달라지는 것은 결국 진정한 사랑은삼년이 지나고 부터인데우리의 속담은기나긴 자기 수행과 같은 그 과정을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열살 줄은 멋 모르고 살고스무 줄은 아기자기 하게 살고서른줄은 눈 코뜰 새 없이 살고마흔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쉰줄은서로가 가여워서 살고예순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일흔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이렇게 철 모르는 시절부터 남녀가 맺어져 살아가는 인생길을이처럼 명확하고 실감나게표현할 수가 있을까?자식 기르느라 정신 없다가사십에 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며 소, 닭 보듯이, 닭, 소 보듯이,지나쳐 버리기 일쑤이고,서로가 웬수 같은데..... 어느날 머리칼이 희끗해진 걸 보니 불현 듯가여워진다.그리고...서로 굽은 등을 내 보일 때쯤이면철없고 무심했던 지난날을용케 견디어준 서로가 눈물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이젠 지상에 머물날도얼마 남지 않았는데 쭈글쭈글 해진 살을 서로긁어주고 있노라니팽팽했던 피부로도알수 없었던 남녀의 사랑이기보다평화로운 슬픔이랄까,자비심이랄까? 그런것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한다.....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늙어 버리는 줄 알았는데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온몸엔 소름이 돋고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그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늙어가지만시간을 초월한 내면의 정신은새로운 가지처럼 어디론가로 새로운외면의 세계를 향해서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한다.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아니 정확하게 말하면확인하고 싶지 않은 나이체념도 포기도 안되는 나이.나라는 존재가적당히 무시 되어버릴 수 밖에없었던 시기에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피하에 축적되어불룩 튀어나온 지방질과머리 속에 정체되어새로워지지 않는 낡은 지성은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게 하고체념하자니지나간 날이 너무 허망하고포기하자니내 남은 날이 싫다한다.하던 일 접어두고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삶에 대한 느낌은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무른다 그래서...나이를 먹으면 꿈을 먹고 살고추억을 먹고 산다지만난 싫다.솔직하게 말 하자면난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다.사십을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만.그것은 자신을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젊은 날내안의 파도를...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사십만 넘으면더 이상의 감정의 소모 따위에휘청 거리며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이제 사십을 넘어한살 한살 세월에 물들어가고 있다.도무지 빛깔도 형체도알 수 없는 색깔로 나를 물들이고,갈수록 내 안의 숨겨진욕망의 파도는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여전히 바람의 유혹엔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아마도 그건 잘 훈련되어진정숙함을 가장한완전한 삶의 자세일 뿐일 것 같다.어연 오십을 바라보니 이제서야 어떤 유혹에든가장 약한 나이가사십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추적추적내리는 비에도...더없이 푸른 하늘도....회색 빛 높이떠 흘러가는 쪽빛구름도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도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코 끝의 라일락 향기도그 모두가 다 내 품어야 할 유혹임을...끝 없는 내 마음의 반란임을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마시던 커피도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같이 마시고 싶고....늘 즐겨 듣던 음악도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사람이 그리워지고사람이 만나고픈....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사소한 것 까지도그리움이 되어 버리고아쉬움이 되어 버리는 거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으로남을 수 없는 것이슬픔으로 남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이제 나는 꿈을 먹구 사는게 아니라꿈을 만들면서사랑을 그리워하면서사는게 아니라내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서멋을 낼 수 있는 그런 나이로진정 사십대를 보내고 싶다.. 사십대란 불혹이 아니라흔들리는 바람이고끝없이뻗어 오르는 가지이다......그렇게...그렇게...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