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2007.6.9-8.22(75일).여정:오따발로-키토-라타쿤카-바뇨스-리오밤바-쿠엔카-빌카밤바
.통화:2000년 이후 미국달러를 사용
.ATM으로 인출할 경우 한 번에 $250까지 가능했다.
.물가:숙소:$4~5정도/인당,공동욕실일 경우,한끼식사-$1-2
<6월 9일,토요일>
콜롬비아 국경을 통과해서 에콰도르에 입성했다.국경을 넘기는 했지만 어제 본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끝간데 없이 이어지는 초록의 물결.사람들이 산다.조그마한 평지만 있어도 발을 일구어 감자도 심고 옥수수도 심는다.토요시장으로 유명한 오따발로로 가는 길에 설산 까얌베Cayambe(5790)도 보인다.
<6월 10일,일요일>
오따발로는 토요시장으로 유명한, 에콰도르 북부의 작은 마을이다.어제 토요시장이 막 파장할 무렵 오따발로에 도착했다.이 곳은 중국 윈난성의 중띠엔(지금은 중국 정부에서 샹그릴라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을 생각나게 한다.기후가 그렇고 주변 풍경이 그렇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다.콜롬비아를 여행하는 내내 가졌던 긴장감이 저절로 스러지며 오따발로가 마구 좋아진다.적어도 1~2주일은 이곳에 머물고 싶다.
운좋게 방,거실,욕실,부엌이 딸린 옥탑방을 구했다.문을 열면 옥상 마당이 시원하고 길게 걸린 빨랫줄도 마음에 든다.마음좋게 생긴 주인 아주머니는 옥탑방을 미니 아파트라고 불렀다.집안에는 어지간한 살림도구들은 다 갖추어져 있다.얼마 전까지 서양 여자 여행자가 1년동안 살았다고 했다. 한동안 있을 곳이라 집안 이곳저곳을 쓸고 닦는다.좋다.집도 좋고 마을도 좋다.
시장에 갔다.오랜만에 만나는 재래시장이다.야채와 과일이 풍성하고 싸다.식당가에서는 $1이면 너끈히 한 끼 식사를 할 수있다.계란 한 판,감자,양파,마늘,수세미와 쌀을 샀다.
<6월 11일,월요일>
오따발로의 중심에는 볼리바르 광장이 있고 광장 한 켠에는 산 리비스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토요시장은 다섯블럭 떨어진 폰초스 광장Los Ponchos광장에서 열린다.볼리바르 광장에서 햇빛을 즐기며 앉아 있는다.흰 바지에 흰 신발을 신고 댕기머리에 중절모를 쓰고 지나가는 남자-이 차림은 오따발로의 전통적인 남자 옷차림이다- 꽃무늬가 수놓인 나폴거리는 흰 블라우스에 옷감을 그대로 한겹 두른듯한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인들.어떤 이들은 머리에 천을 둘둘 말아 썼다.때로는 햇볕 가리개용이고 때로는 방한 목적이고 일할 때는 두건이 된다.공원 여기저기에 한가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아이스께끼 할아버지도 지나가고 조각 수박을 파는 아주머니도 지나간다.콜롬비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한가함이요 자유다.그 새 수업이 끝났는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주념부리를 먹으며 서넛씩 짝을 지어 지나간다.교복으로 전통치마를 입은 여학생들과 댕기머리를 한 남학생들이 신선하다.
<6월 12일,화요일>
에콰도르에 오니 콜롬비아에 비해 물가가 상당히 내려 갔다.집 근처에서 파는 직접 짠 우유는 1리터에 400원이고 빵집에서는 100원이면 갓 구운 빵 하나를 살 수있다.5분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에서는 야채와 과일이 싸고 풍성하며 닭고기국이며 돼지고기 구이,새우볶음밥 등 밥집들이 줄지어선 먹거리 장터에 들어서면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6월부터 건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날마다 구름 가득이다.덕분에 화산 임바브라Imbabura(4621)와 코타카치Cotacachi(4937)의 온전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하지만 느긋하게 기다릴 것이다.방과 거실에 있는 창문을 통해서 임바부라 화산을 볼 수있고 욕실에 있는 창문으로는 코타카치가 보인다.모두 상층부는 늘 구름 속에 가려 있지만......부엌에 있는 그릇들을 끓는 물에 소독하고 거실도 쓸고 닦고 배치도 다시 한다.한동안 '내 집'이다.
<6월 13일,수요일>
산 파블로 호수(2660)로 가는 길은 즐겁다.
볼리바르 광장을 지나 곤잘레스 공원도 지나 마을 윗길로 올라간다.낯선 이방인을 보고 동네 개들이 몰려 나와 짖어대는 바람에 살짝 포장길로 들어섰다.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커다란 십자가를 지나서 등성이로 향하다 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하나는 콘돌 공원으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호수로 향하는 길이다.갈림길에서 나뭇짐을 해서 집으로 가는 할머니를 만났다.할머니는 나무 등짐도 모자라 긴 통나무를 땔감으로 쓸 요량으로 줄을 달아 끌고 있었다."이고 진 노인 어른, 짐벗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울까.."할머니가 끌던 통나무를 받아들었다.둘이 끌어도 만만치 않다.산파블로 호숫가에 있는 마을에서 사시는 할머니와 함께 호수로 향했다.주변이 온통 옥수수밭이다.저 멀리 호수가 보인다. 호수 주위에 마을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아름답다.호숫가에는 오리 몇 마리가 노닐고 이따금 호숫가에 이어진 마을들을 연결하는 버스가 지나간다.더이상 못참겠다는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던 하늘이 급기야 비를 뿌리고......
처마 밑에서 비가 긋기를 기다린다.급할 것 없는 시간들......제 졸음에 겨운 동네 개 한 마리가 우리를 본체 만체 한다.
<6월 14일,목요일>
오늘은 임바부라 화산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며칠째 눈을 뜨자마자 잔뜩 기대를 하고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내다보지만 여전히 산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 끝내 보이지 않는다.터미널 근처에 있는 공원까지 산책을 했다.해질녘이라 기온이 내려가서인지 더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하루 종일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먹구름이 비가 되어 뿌린다.공원으로 산책나온 노부부도 천천히 집으로 향한다.
<6월 15일,금요일>
오따발로에는 두 곳의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전을 했는데 찾을 수없고,다른 한 곳은 계속 문이 닫혀 있다.오따발로와 근처 마을들을 즐기기 위해서 안내소에서 좀더 상세한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일주일이 다 되어 가도록 별 도움이 안됐다.서점
벌써 이곳에 온 지 일주일이 되었다.내일은 토요장날이다.
<6월 16일,토요일>
오늘은 토요일.에콰도르에서,아니 남미에서 가장 볼만한 원주민 시장이라는 오따발로 토요시장이 열리는 날이다.중미에 과테말라의 치치(카스떼낭고)일요 장날이 있다면 남미에는 오따발로 토요장날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어제부터 오늘 장구경을 하기 위하여 온 여행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평소에도 폰초 광장에 상설시장이 서기는 하지만 골목마다 각종 수공예품을 파는 장사꾼이며 직접 농사지은 먹거리들을 가지고 나온 장사치들로 빼곡한 토요일과는 비교도 안된다.일부러 게으름을 피우며 장을 돌아다녔다.목공예품과 수공예품들이 저를 알아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여행자들도 눈으로만 하는 구경으로는 도무지 성에 안찬다는듯 손에 손에 쇼핑한 봉지들을 들고 있다.다양한 색깔과 직물의 폰초들,파나마 모자,액세서리,가방이며 실로 짠 모자,장식품......서너시간을 돌아다녔더니 눈은 배부르고 다리는 아프다.공원 한 켠에는 먹거리 장사들이 늘어서 있는데 대개는 닭고기와 밥이 주 메뉴지만 즉석 생선튀김도 인기다.특이하게도 튀긴 생선 한 마리에 찐 통감자 몇 알을 얹어 함께 내놓는다.가격은 크기에 따라 50센트에서 $2정도 하는데 별미인지 현지인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토요장날에는 각종 수공예품뿐만 아니라 직접 농사 지은 농산물들도 직거래된다.
<6월 17,일요일>
오따발로에서 버스를 타고 키토 방향으로 한 시간정도 가면 까얌베다.오늘 이곳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만 믿고 찾아갔다.싸이클 경기와 투우 등으로 마을 전체가 북적였다.더욱이 날씨가 화창해서 싸이클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의 유니폼과 싸이클,선글라스가 더욱 빛났다.선수들이 마을을 돌아 본부석을 지날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가 이어진다.
까얌베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렀다가 중요한 소식을 들었다.6월 축제의 일환으로 다음주 토요일 까얌베 산 산책과 정상 등정을 한다는 것이다.안그래도 까얌베산에 가려던 참이라 반가운 소식이다.그리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축제 한마당도 있을 예정이란다.아무래도 까얌베에 또 와야 할 것같다.
<6월 18일,월요일>
오따발로에 온 이후로 가장 날씨가 맑다.처음으로 코타카치(4,937)가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산봉우리에 살짝 눈이 덮힌 코타카치가 인상적이다.하지만 임바부라는 여전히 봉우리가 구름 속에 숨어 있다.
<6월 19일,화요일>
옆마을 키친체로 산책을 갔다.매일 집앞을 지나가는 키친체로 가는 버스는 판아메리카를 가로질러 산모롱이를 돌아 사라지곤 했다. 버스가 그랬듯이 우리도 산모롱이를 돌아 계속 걸었다.오따발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50분쯤 걸어서 도착한 키친체는 제법 큰 마을이다.하지만 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마치 마을 전체가 곤한 낮잠을 즐기는 것만 같다.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공원에 앉아 있으려니 나도 꾸벅꾸벅 졸립다.
<6월 20일,수요일>
이른 저녁을 먹고 동네 주변에 가보지 않은 길들을 걸어다녔다.오락가락하던 비도 멈추고 반짝 햇빛이 났다.임바부라도 봉우리에 걸쳐 있던 구름이 살짝 걷히며 온전한 자태를 드러낸다.
<6월 21일,목요일>
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뒤척였다.아침이 되었는데도 부슬비는 여전하고 하늘은 온통 구름세상이다.임바부라 화산은 흔적도 없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날씨만 좋으면 코타카치로 놀러 가려고 했는데 다 틀렸다.날씨를 핑계삼아 칼국수도 하고 호박전도 부쳤다.가랑비 속에 잔칫집마냥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오후에 날씨가 조금 개어서 lIuman마을로 산책을 갔다.걸어서 족히 한시간 이상은 걸린다.돌아올 때 마을길로 올 요량으로 갈 때는 이바라Ibara행 국도로 길을 잡았다.Iluman에서는 딸기 농사가 한창이다.탐스럽고 빛깔 좋은 딸기들이 먹음직스럽다.화산 임바부라 바로 아래에 자리잡은 마을은 토양이 기름지고 넉넉해보인다.사방으로 마냥 걷고 싶은 길들이 이어져 있다.다음 마을은 킨추키Quinchuqui다.며칠 후에 이 마을에서도 태양축제Ini Raymi가 열린다.마을 공터에서는 아이들이 팽이치기에 한창이다.오전내 비가 오락가락했던 것과는 달리 쨍한 오후 햇살이 교회당 첨탑이며 논밭이며 마을 구석구석을 골고루 비춘다.Agato마을로 가는 대신 빼구체Peguche마을로 길을 잡았다.산책하기 좋은 아름다운 마을이다,길이다.
임바부라 화산 바로 아래에 자리잡은 Iluman마을은 땅이 기름지다.기름진 땅에서는 딸기가 한창 영글어가고 아이들은 딸기밭을 들락거리며 인디언놀이에 빠져 있다.
<6월 22일,토요일>
축제는 시작됐다!!
INTI RAIMI!!
태양 축제!!
오늘은 태양신을 기리는 태양 축제의 첫날이지만 어제 밤새 비가 내렸다.그도 모자라 오전 내내 비가 부슬거렸다.하지만 12시가 지나면서 그깟 비정도는 아무 상관없다는듯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예쁜 옷으로 차려 입거나 헝겊으로 만든 탈을 쓰고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모여서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다.옆에서 보는 사람도 절로 흥이 난다.게다가 옥수수로 만든 전통 알콜 음료인 치차chicha를 나눠 마시기도 하고 찐 옥수수나 닭고기와 버무려 쪄낸 통감자를 인심좋게 나눠 주기도 한다.조금 달콤하기도 하고 동동주 분위기도 나는 치차를 분위기에 취해 몇 잔 마셨더니 속이 뜨끈해온다.분위기에 취하고 치차에 취한다.
<6월 23일,토요일>
오늘 Cayambe Montana Camino에 참가하기 위해 까얌베로 가려고 했지만 아침에 일어 나니 한치 앞이 안보이는 오리무중이라 가지 않았다.오늘은 오따발로 태양축제 이틀째이다.토요 장날과 축제 분위기가 어우러져 한껏 들떠 있다.외국 여행자뿐만 아니라 축제를 즐기기 위해 다른 지방에서 온 에콰도르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한나절의 준비과정을 거쳐 저녁 7시부터 춤판이 벌어 졌다.무대에 <인티 라이미Inti Raimi>
<6월 24일,일요일>
어젯밤 내리는 빗속에 축제 구경한다고 4시간동안 서 있었더니 좀 피곤했는지 아침까지 곤하게 잤다.다시 축제의 날이 밝았다.태양신도 오늘은 생글거리며 웃고 있다.폭죽이 터지고 관악기 연주도 가까이서 들린다.춤판을 따라 간 곳은 옆 마을인 산 후안이다.주최측에서 인심좋게 구경온 사람들에게 꼴라다colada라는 옥수수죽과 알갱이를 따서 푹 삶은 옥수수와 통감자,닭고기를 대접했다.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였다.동네 거지들도 다 모였다.음식과 술을 넉넉히 먹고 마시고 마음 가는대로 춤을 춘다.어차피 한 세상 아닌가......
<6월 25일,월요일>
오늘은 임바부라 지역의 뮤지션들이 나와 공연을 펼친다.며칠전에 만났던,한국에도 초청받아 온 적이 있다는 뮤지션 기예르모가 속한 그룹도 나온다.처음에 대중가수가 나와 분위기를 띄워보려 했지만 아직은 초반이라서인지 분위기가 썰렁하다.두번째는 흑인 그룹이 나왔다.기타와 북 그리고 타악기들로 빠르고 경쾌하게 연주를 했다.소나기처럼 시작했다가 돌연 끝난 그들의 연주는 매력적이다.연주에 맞춰 4명의 흑인 남녀 춤꾼들이 춤을 추었다.인디오 축제에 흑인들의 연주와 춤은 이색적이다.세번째는 한 명의 여자 가수와 두 명의 백댄서.흰 팬티가 훤히 보이는 짧은 미니스커스와 등과 어깨가 다 드러나는 짧은 탑이 남새스럽다.옆에 앉아 지켜 보시는 할머니는 무표정이다.짙은 화장과 긴 퍼머 머리,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노래하는 메스티조 가수들..그녀들은 보는 사람의 흥을 돋구지 못한채 순식간에 노래를 대여섯곡 해치우고 무대를 내려왔다.그러는 사이 무슨 까닭인지 마이크 조율까지 마치고 무대복으로 갈아 입은, 고대하던 원주민 연주 그룹이 돌연 옷을 갈아 입고 가버렸다.그들의 연주가 궁금했는데 아쉽다.
<6월 26일,화요일>
오늘은 춤경연대회다.마을별로 대표들이 나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날이다.첫번째 팀은 대여섯살 쯤 되어 보이는 꼬마숙녀가 맨 앞에 섰다.수없이 들어 익숙한 음악에 맞춰 어깨를 살랑이며 춤을 추고 빙글빙글 돈다.돌고 돌고 돌아도 흥은 여전하다.두번째 팀은 남녀 각기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선남선녀팀이다.젊음이 넘쳐난다.남자들의 몸동작은 유연하면서 힘이 넘치고 여자들의 춤은 섬세하고 부드럽다.게다가 전통 복장을 멋드러지게 차려입고 장신구로 한껏 치장을 해서 분위기를 한층 돋군다.리듬을 타는 발놀림과 손끝 하나,눈길 하나까지 예사롭지 않다.세번째 팀은 청소년 팀이다.주최측인 산 후안 마을의 대표팀이라 관객의 호응도 높다.구경꾼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모여들고 후두득 한바탕 소나기가 내렸지만 처마밑으로 뛰어 가는 사람들은 놀이의 연속인양 신이 났다.
<6월 27일,수요일>
산후안 축제 마지막날이다.그래서인지 어느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마을 대표 놀이패들도 목이 쉬도록 휘파람을 불고 구호로 장단을 맞추고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발을 구르고 또 구른다.1년에 한 번 있는 축제의 마지막 날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다른 마을 놀이패들이 공회당앞에 도착할 때마다 주최즉에서는 준비한 치차와 삶은 통닭과 통감자 ,옥수수를 바구니에 가득 담아와 대접을 한다.놀이패들은 치차를 단숨에 들이키며 목을 축인다.기타와 하모니카,피리가 어우러진 음악은 흥겹고 경쾌하다.
<6월 28일,목요일>
오따발로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코타카치 마을로 놀러갔다.화산 코타카치Vocan Cotacachi(4939)아래 자리잡은 마을은 꽤 규모가 있다.하지만 오따발로에 비하면 생기는 덜하다.공원도 거리도 조용하다.시장이 있기는 하지만 오따발로 시장의 생기와 풍성함,북적거리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이곳에서 1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쿠이코차 호수까지는 대중 교통편이 없어서 걸어가든지 $4~5을 주고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한다.꼭 호수나 화산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가는 길에 점점이 있는 마을들을 들러가며 산책삼아 걸어가고 싶다.하지만 하루에 걸어서 왕복 26킬로미터는 조금 무리인듯도 하고 현지인들이 외국인 여행자를 상대로 한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며 호수로 걸어가려는 발걸음에 쐬기를 박는다.코타카치 마을에서는 내일부터 축제가 열린다.오따발로에서 갈 때는 버스타고 15분만에 갔지만 올 때는 카레라La Calera 마을과 퀴투고Qutugo 마을을 지나 2시간 동안 산책삼아 걸었다.
<6월 29일,금요일>
오늘부터 코타카치 마을에서 태양축제가 열린다.1시쯤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은 벌써 들썩였다.호루라기 소리와 휘파람 소리에 맞춰 여러 사람이 발맞춰 발을 구르는 소리가 함성이 되어 들리고 여인들은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아이스크림 장수와 다슬기 장사, 막대 사탕과 껌장사들이 진을 치고 광장옆 골목 양편으로는 먹거리 장사들이 늘어섰다.예외없이 밥과 닭고기, 생선 튀김들이 즐비하다.산후안 마을에서 열린 축제가 아기자기하고 짜임새가 있어 보는 재미 있다면 코타카치 마을의 태양 축제는 투박하고 남성적이다. 다양한 악기를 서로 번갈아 연주하며 장단을 맞추던 산후안 축제에 온 놀이패들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수십명씩 떼지어 같은 복장과 분장을 하고 뛰어다닌다.공원 한 켠에서는 안데스 고원지대엔만 사는 알파카가 어슬렁거린다.
<6월 30일,토요일>
오따발로에서는 매주 토요일 동물 시장이 열린다.오늘도 돼지며 양 소들이 장을 가득 메웠다.게다가 팔려는 사람,사려는 사람들로 시장은 북적거렸다.오래전 미얀마에서 갔던 고요한 소시장과는 사뭇 다르다.먹거리 장사들도 국밥이며 닭튀김 정식을 준비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일찌감치 흥정을 끝냈는지 몇몇 사람이 여유있게 이른 아침을 먹고 있다.단체로 투어를 온 그링고(외국인)들은 셔터를 눌러대느라 분주하고 아침 일찍 부시시 눈비비고 나온 배낭 여행자들도 동물들 속을 어슬렁거린다.
<7월 1일,일요일>
오늘부터 아가토Agato와 일루만Iluman 중간에 있는 마을인 퀸추키
Quinchuqui에서 태양 축제가 열린다 버스를 타고 아가토 마을로 가서 마
을 구경을 하고 킨추키까지 걸어갔다.아가토에서는 배구 경기가 한창이
다.오늘이 마지막 결승전을 하는 날이다.특이하게 선수는 다섯명이 아니
라 세 명이다.공은 축구공.이 곳에서도 먹거리 장이 열리고 있다.
퀸추키에서는 춤판이 한창이다.서너살이나 됐을까 싶은 꼬마 여자 아이도
어깨와 팔을 앙증맞게 흔들며 춤을 추고 청장년들은 리듬을 타면서 힘있
게 춘다 노인들은 여유롭게 술을 권커니 받거니하며 춤을 춘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생전 춤곁에도 안가봤성 싶은 곱고 얌전하게 생긴
처자들의 춤이다.그녀들이 어깨를 살짝 살짝 흔들며 음악에 맞춰 조근조
근 발놀림을 하는걸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더구나 축제날이라 귀걸이
며 목걸이,팔찌까지 치장을 하고 와서 더욱 멋스럽다.청바지에 티셔츠 차
림으로 추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오늘도 먹거리 장사들이 진을 쳤다.도
너츠,아이스크림,아이스께끼,튀김,막대사탕,꼬치 구이......
오늘따라 마을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임바부라 화산도 제모습을 드러
내고 아래 세상의 놀이를 즐기고 있다.
<7월 2일,월요일>
오늘도 퀸추키 마을에서 축제는 계속된다.마을에 도착해서 슬슬 분위기
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마을 윗길로 걸어갔다.바로 임바부라산으로 오를
는 길이다.40분쯤 올라가자 집들도 거의 끝나고 산 입구다.오따발로와 코
타까치까지 다 내려다 보인다.서늘한 바람이 상쾌하고 오가며 스스럼없
이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정겹다.
<7월 3일,화요일>
오따발로에서 22킬로미터 떨어진 이바라에 놀러갔다.임바부라의 주도답
게 오따발로와 주변의 작은 원주민 마을에 익숙한 눈과 마음이 어질할 정
도로 규모가 컸고 주민들도 원주민과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조가 많다.차
림도 물론 양장이다.이따금씩 보이는 원주민 옷을 입은 이들이 눈에 띌 정
도다.그리고 흑인들도 제법 보인다.날씨가 좋아 멀리 까얌베 설산이 순백
의 아름다움을 봉긋 드러내고 있다.
<7월 4일,수요일>
나흘간 계속된 킨추키 마을 태양축제의 마지막 날이다.여장으로 분장한
남자들,군인이나 경찰,기타를 맨 연주가, 마를린 먼로로 분장한 사람,스파
이더맨과 킹콩가면을 쓰고 나온 사람들......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분장을
하고 축제 마지막날을 즐기고 있다.초청 연주 그룹의 연주에 맞추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춤을 추며 광장을 돌고 돈다.아이들도 태양신 분장을 하고
놀이하듯 축제를 즐기고 가족 단위로 또는 곱게 단장을 하고온 처자들도
모두 모두 모였다.동네 아저씨 한 분이 부르더니 치차를 권한다.알콜성분
이 있는, 옥수수로 빚은 발효음료인 치차를 두어잔 먹고 나니 취기가 돈
다.날씨는 맑아 임바부라산이 굽어보는 가운데 해는 기울고 의 밤은 깊어
만 간다.집으로 오는 길 내내 뒤따라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얼씨구~절씨구~어절씨구~
<7월5일,목요일>
열흘이상 마을마다 열리는 축제구경을 다니다 오늘은 쉰다.7월로 접어들
면서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맑음'이다.마치 일요일 한낮처럼 느즈막이 아
침을 먹으며 여유와 게으름을 맘껏 부린다.
마을마다 열리는 태양축제를 며칠 더 구경하게 위해 일주일을 더 머물작정이다.
<7월 6일,금요일>
모한다수 호수 방향으로 산책에 나섰다.호수까지는 17킬로미터를 가야 한다.호수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하루에 왕복 34킬로미터는 무리다.그렇다고 최소 $10 이상의 특별가를 내고 택시로 가고 싶지도 않고 여행사 투어($25)는 더더욱 사양이다.마을에서 4킬로미터 떨어진 Casa Mohanda를 반환점으로 정했다.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조금 숨이 가빠오려는데 현지인들은 노인이건 아이건 아기를 업은 아낙이건 술렁술렁 걸어간다.모한다로 가는 마지막 마을인 모한디따까지는 버스는 없고 합승트럭이 다닌다.한 시간 30분정도 걸어서 casa mohanda까지 왔다. 중간에 만난 캐나다 여행자는 근처에 있는 다른 숙소인 casa la luna에서 이틀밤을 묵고 떠나는 길이라고 했다.햇빛이 온 들판에 골고루 퍼지고 소 두마리가 서로 장난을 치며 풀을 뜯고 부지런한 농부는 산비탈 밭을 일구고 있다.동네 개들은 서로 밥값을 하겠다는듯 이방인에게 짖는 시늉을 하고 코흘리개 아이들은 낯가림할 것도 없이 정답게 인사를 건넨다.casa luna를 지나 언덕을 가로지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오따발로 시내와 산 파블로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앞에는 천천히 햇빛을 즐기며 걷기에 딱 좋은 오솔길이 이어지고 계속 내려가면 임바부라 마을이다.시내까지는 내리막길을 즐길 일만 남았다.
내년 태양축제를 기약하며 태양축제의 마지막날을 맘껏 즐기고 있다.
<7월 7일,토요일>
산 파블로 마을도 구경하고 토포Topo 마을에서 열리는 태양 축제를 구
경하기 위해서 산파블로행 버스를 탔다. 하지만 막연히 산 파블로에서 가
까울거라고 생각한 토포 마을은 멀었다.30분을 걸어도 한 시간을 걸어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여전히 같은 대답을 했다."ariba 야" 가는 도중에 나
타난 작은 마을에서도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동네 사람 몇명이 태양신에
게 바치기 위해 옥수수며 오렌지,사과, 술 등을 매달아 걸개를 만들고 있
다.알고 보니 이 마을은 토포 아랫마을인 카스코 발렌수엘라casco
Valensuela로 이곳에서도 오늘과 내일 태양축제가 열린다. 주인 아저씨는
치차와 옥수수죽을 넉넉한 인심을 담아 건네며 축제를 같이 즐기자고 청
했다.축제 장소인 마을회관앞 공터까지는 하모니카와 기타연주에 맞춰 발
을 굴러가며 길놀이를 한다. 이제까지 봤던 축제보다 소박하기 그지없지
만 작은 시골마을에서 열리는 동네잔치 한마당이 마냥 정겹기만 하다.나
도 아주머니 아저씨 틈에 끼어 1년동안 태양신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굽
어살피시기를 기원하며 어깨를 들썩이고 발장단을 맞춰가며 춤을 추었다.
공회당 마당에 도착해서 다시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동네사람들과 준비
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해는 기웃해오는데 음악 장단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한참을 따라온다.
<7월 8일,일요일>
여행 6개월째로 접어든 날이다.그 새 5개월이 지나갔고 오따발로에서의 한달도 순식간에 지나갔다.마을 산책과 마을마다 열리는 태양축제를 즐긴 날들이다.오늘부터는 가까운 마을인 페구체peguche에서 축제가 열린다.날씨가 꾸물거리거나 말거나 빨랫줄 가득 빨래를 해널고 개운한 마음으로 빼구체로 갔다.길놀이를 막 마친 팀이 붉은 깃발을 앞세우고 축제 한마당이 열리는 공회당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다.여지없이 축포가 터진다.마당 중앙에는 악단이 신나게 음악을 연주하고 길놀이팀은 마당을 돌고 돈다.구경온 사람들에게 치차와 독한 럼주가 돌려진다.일찌감치 취한 취객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연신 권커니 받거니하기도 한다.일탈이 허용된 날이다 다른 세상에라도 온듯 너도나도 춤추고 마시는 날이다.
<7월 9일,월요일>
오늘은 가면을 쓰고 노는날.요리사,여장남자,경찰,군인,동물가면이나 탈
을 쓰고 온 사람들이며 머플러나 눈가면으로 살짝 분장을 한 사람들도 많
다.우연히 아내와 축제를 구경하러온 기예르모를 다시 만났다.그는 저녁
에 파티가 있다며 초대했다.파티는 3박 4일일정으로 북부 안데스 체험여
행을 온 미국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기예르모는 우리를 위해 아리랑을 연
주했고 뜻밖에 안데스 산중에서 듣는 아리랑은 감동적이다.안데스 음악
연주와 춤,함께 나눈 음식은 우리나라의 옛 공동체 문화를 생각나게 했다.
기예르모는 한국과 오따발로 원주민의 풍습이나 먹거리가 비슷하다는 말
을 여러 번 했다.각자 집에서 준비한 밥과 콩,각종 야채를 커다란 보자기
에 쏟아 잘 섞어서 어우렁 더우렁 손으로 먹는다.그리고 남은 음식은 싸주
기도 한다.
<7월 10일,화요일>
축제가 주는 즐거움중 하나는 치차를 마실 수있다는 거다.인심이 넉넉한 주최측에서는 햇빛 속에서 축제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치차를 대접한다.구경하느라 몇시간 앉아있다보면 치차 서너잔 마시는 일은 예사다.동동주 분위기가 물씬 나는 치차를 몇 잔 마시고 나면 취기가 돈다.술이라고는 입에도 안대는 주엽이도 넙죽넙죽 몇 잔 받아먹고는 얼굴이 벌겋다.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쿵짝쿵짝 울리는 음악을 뒤로 하고 우리는 얼근한 취기에 기분좋게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철길을 따라 집까지 걸었다.철길 양옆으로는 저녁 햇살을 받아 밭이 일렁이고 우리는 아스라히 따라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7월 11일,수요일>
축제는 끝났다.치차와 춤과 흥에 취했던 사람들도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시간이다.우리도 축제 뒷이야기를 하며 축제의 여운을 즐겼다.
저녁 노을은 하얀 구름들을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이고는 스러졌다.모든 것이 순간이다.
<7월 12일,목요일>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제법 많았다.하지만 주엽이는 까얌베쪽 구름은 흩어질 구름이라며 설산 까얌베를 보러 가자고 채근했다.까얌베 마을로 가는 길에 설산 까얌베가 살짝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구름층은 두터웠다.까얌베 마을에 도착해서 설산을 바라보며 걸었다.지도도 필요없이 산을 바라보며 산을 잘 볼 수있는 곳을 찾아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다.길은 계속 오르막이다.꼬박 한 시간 반정도 걸었을까.설산 까얌베가 서서히 구름을 벗어나고 있었다.좀더 조망하기 좋은 곳을 향해서 다시 걸었다.등성이에 자리잡은 산타니따 마을은 설산 까얌베를 조망하기에 맞춤하다.이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하지만 30분이상을 기다려도 산을 가리고 있는 구름은 꼼짝할 생각을 않는다.주엽이는"아이스께끼~"하며 구름치마를 들추고 싶어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까얌베는 오늘은 더이상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밀 생각이 없나보다.단념하고 온 길을 되짚었다.
모든 것은"당신 뜻대로......"다.
<7월 13일,금요일>
주엽이와 싸웠다.
내일이면 오따발로를 떠난다.빨래를 하고 먹거리를 정리하고 동당동당 마음도 몸도 분주하다.
<7월 14일,토요일>
키토로 가는 길은 황량하다.까얌베를 지나면서 서서히 초지는 줄어들고 작은 관목들만 이따금씩 있는 황량하고 건조한 산이 이어진다.키토 역시 분지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안데스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서 골짜기마다 등성이마다 집들이 빼곡하다.무슨 까닭인지 키토에 도착하자 온몸에 힘이 없고 한 발을 떼기도 힘들다 간신히 15분정도 걸어서 수크레호텔에 도착했다.오래전부터 일본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로 애용된 곳이다.거실에 대형 일본기가 걸려 있고 일본인 장기 숙박객들도 꽤 있는 눈치다. 숙소는 인도 숙소 분위기가 물씬 난다. <수크레 호텔>이 있는 구시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으로 곳곳에 400~500년된 성당들이 즐비하다.
숙소 옥상에서는 구시가의 중심인 산프란시스코 광장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광장 오른쪽으로는 산 위에 있는 이침비아 공원이 보이고 바실리카의 두 개의 첨탑도 잡힐듯 가깝다. <7<7
<7월 15일,일요일>
일요일 구사가는 한산하다.더구나 일요일은 구시가 곳곳이 차량통행이 제한되어 있어서 걷기에 편하다.멀리서 봐도 웅장하고 멋진 바실리카를 향해서 걸었다.성당 ㅇ내부도 외부만큼이나 화려하다.창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예수님의 행적이 그려져 있다.성당을 지나 신시가 쪽으로 가다 보면 민예품 시장이 있는데 많은 상인들은 오따발로에서 온 사람들이다.신시가는 일요일이라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서 한산하기 그지없다.여행자 거리인 아마조네스도 몇몇 여행사와 식당을 제외하고는 문을 닫았다.구시가에 비해서 여행자에게 안전한 곳이라지만 내겐 심심하고 밋밋하기만 하다.
<7월 16일,월요일>
아침에 숙소에서 가까운 재래시장인 로케시장에 갔다.시장으로 가는 길은 가꾸어지지 않은 구시가의 골목골목을 지나간다.쌀가게와 식료품점을 지나 과일가게와 식당,중고옷을 파는 가게며 생선튀김을 파는 노점을 지나면 로케시장이 나온다.각종 야채와 과일은 물론이고 생선류도 풍성하다.소리높여 외치는 상인들의 외침소리와 아침장을 보러나온 사람들의 장바구니마다 담겨 있는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로 활력이 넘친다.슈퍼마켓과는 비교도 안되게 물건도 많고 값도 싸다.
<7월 17일,화요일>
밤새 천둥이 치고 비가 왔다.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개이고 산프란시스코 광장과 건물들이 말끔하게 세수한 얼굴을 하고 있다.칼국수를 만들어 아침으로 먹고 구시가 거리거리를 천천히 걸어다녔다.신시가지에서 봤던 번듯하고 세련된 현대식 건물들은 이곳에서는 촌스럽기 그지없다.종탑이나 시계탑이 우뚝 솟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성당이나 모스크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고 광장을 누비는 구두닦이 소년들의"슈샤인~"소리가 드높고 골목골목에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자리잡고 있다.낮에는 맑던 하늘이 오후가 저물면서 마치 우리나라 초겨울마냥 쌀쌀하다.그러더니 급기야 다시 비를 뿌린다.
<7월 18일,수요일>
수쿠레 호텔은 에콰도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1534~1604)인 산프란시스코 성당 맞은편에 있다.그래서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산프란시스코 성당과 광장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지붕을 돔으로 아름답게 아름답게 장식한 La Compania de Jesus의 돔과 대통령궁에 휘날리는 깃발과 대성당도 보인다.저 멀리로는 바실리카의 두 개의 뾰족탑이 파란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다.산프란시스코 광장 한켠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신문 가판대가 차려지고 신문을 사라는 소리도 드높다.그 옆에는 날씨가 덥거나 궂거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가 나와있고 날씨가 덥거나 궂거나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부드럽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혀로 살살 핥으며 행복감에 젖는다.하늘에는 구름이 흩어졌다 모였다하고 햇님은 구름 속으로 숨었다 나타났다 하며 사람들에게 햇빛의 따사로움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우고 나홀로 여행자들이나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다니는 단체관광객들은 하나같이 광장에 와서는 셔터를 눌러댄다.
<7월 19일,목요일>
이침비아 itchimbia공원에 갔다.정문앞까지 가는 버스가 있지만 구시가에서 걸어갔다.공원에 오르니 구시가와 신시가를 아우르는 키토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기와지붕을 인 집들과 교회지붕이 멋스러운 구시가와 높은 빌딩들이 서로 키재기를 하는 신시가가 확연히 구분된다.신시가에 공항이 있어서 비행기들이 하늘을 가르며 뉴타운으로 오가고 피친차vocan pichincha(4680)도 맞은편에 우뚝하다.그리고 골짜기와 산등성이까지 �곡한 사람의 집들......
<7월 20일,금요일>
<호텔 르완다>
지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갔을때 옥주가 권한 영화다.하지만 비디오나 DVD로는 아직 안나왔는지 아니면 나올 생각이 없는지 찾지 못했고 그래서 궁금증만 더했다.
오늘 <호텔 르완다>를 DVD로 보았다.숙소에 머문 여행자가 보고 놓고간 것같았다.
후투와 투치 아니 인간과 인간끼리의 싸움이다.증오는 증오를 낳고 복수는 복수로 이어진다.모든 전쟁이 그렇듯 광기의 시간들이다.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은 이해못할 이야기이다.언제나 그렇듯 정치권력과 자본이 뒷조종을 하고 있다.'인갑답게' 사는 일,사람과 사람이 어깨를 겯고 이웃하며 사는일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끝에 이어진 내레이션은 믿을 수없을 정도로 많은 죽음의 숫자들을 말한다.
오따발로에서도,두번이나 까얌베에 갔을 때도 제대롤 보지 못한 화산 까얌베를 알현했다.
<7월 21일,토요일>
오랜만에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이다.오늘을 기다려왔다.부리나케 키토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빠네시요Panecillo 언덕으로 올라갔다.하지만 언덕에 도착했을때에는 구름이 까얌베와 코토팍시를 모두 가려버렸다.하지만 이곳에서 보는 전망만큼은 일품이다.
저녁에 산프란시스코 광장에서 콜롬비아에서 온, 그것도 살사의 고향이라는 깔리에서 온 공연팀이 2시간동안 공연을 했다.살사의 진수를 유감없이 느끼게 한 최고의 공연이었다.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열광적이다.곳곳에서 사람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춘다.그들의 빠른 발놀림은 보기만해도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하다.나도 춤추고 싶다.어깨도 흔들고 엉덩이도 흔들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추고 싶다.
날씨가 맑은 날 빠네시요 언덕에 오르면 골짜기를 따라 빽빽한 키토는 물론 코토팍시와 까얌베도 즐길 수있다.그런 날이면 연을 날리러 온 꼬마들이 바람을 가르며 뛰어다닌다.
<7월 22일,일요일>
7월 24일은 남미를 스페인으로부터 해방시킨 영웅인 볼리바르가 태어난 날이다.국경일인 그 날을 사흘앞둔 오늘부터 구시가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산프란시스코 광장에서는 같은 숙소에 머무는 일본인 부부가 마술을 공연하고 독립광장에서는 초대가수가 노래하고 있다.도밍고 광장으로 가자 멕시코에서 온 공연팀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공연을 한창 벌이고 있다.관객들의 호응도 높아서 연신 "브라보"와 "오뜨라otra 앵콜"이 이어진다.5.24광장에 들어서자 귀에 익숙한 음악이 들려 온다.오따발로에서 온 공연팀이 안데스 음악에 맞춰 전통춤을 추고 있다.나도 모르게 발장단을 맞춘다.그들은 춤뿐만 아니라 익살스런 공연으로 어른 아이할 것없이 관객들을 웃겼다.칠레거리에서도 거리공연이 한창이다. 안데스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은 어제 도밍고 광장에서 봤던 이들이다.그들은 연주하면서 그들의 음악이 담긴 cd도 팔았는데 불티나게 팔렸다.한시간이 넘도록 안데스 음악을 생음악으로 듣는동안 나도 안데스 산속 어딘가로 마냥 가고 있다...
<7월 23일,월요일>
같은 숙소에 머무는 일본인 켄에게 일어를 배우기 시작했다.주엽이 몸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며칠 더 키토에 머무는 동안에 배우려는 것이다.켄은 에콰도르에서 7년째 살고 있는 일본인인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스페인어나 일어를 무료로 가르쳐주고 있다.어제 스무가지 정도의 기본적인 표현들을 익혔다.오늘은 공책을 사다가 어제 배운 표현들을 정리했다.주엽이는 아픈 와중에도 열심이다.오늘도 주엽이의 상태는 별 변화가 없다.여전히 두통과 어깨통증을 호소한다.
<7월 24일,화요일>
카타카나를 외우느라 몇시간을 보냈다.주로 외래어를 표기하는데 쓰이는 카타카나는 일본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고유명사나 외래어를 읽는데 아주 유용하다.가지고 있는 일본어 가이드북을 교재삼아 읽기 연습을 했다.처음 배우는 일본어가 재미있다.일본어의 특성이 받침이 없다는 것이 새삼스럽고 일본 아이들의 하다만듯한 일본식 영어발음이 이해가 갔다.주엽이는 어제 이미 히라가나까지 외웠다.상형문자나 초서체에 가까운 히라가나를 상상력을 발휘해서 외웠다는데 놀라운 상상력과 암기력이다.다행히 오늘은 주엽이의 두통이 사라지고 어깨도 많이 좋아졌다.
<7월 25일,수요일>
3일간 열심히 암기한 덕분에 카타카나를 거의 외웠다.이제 히라가나를 외워야하는데 그게 그것같아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같다.이번주까지 히라가나를 읽고 쓰는 것것이 목표다.저녁에 수업이 있는 날이다.8시 30분에 시작했는데 끝내고 방으로 돌아오니 12시가 다 되었다.두 시간씩 하기로 했는데 금세 3시간 30분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시간을 잊을만큼 가르치는 켄의 열의도 크고 배우는 우리의 자세도 진지하다.
<7월 26일,목요일>
어제 배운 것들을 정리하면서 암기했다.하지만 배운 분량이 첫날에 비해 훨씬 많아서 잘 외워지지 않는다.그리고 우선 급한 것은 히라가나를 외우는 것이다.하지만 여전히 그게 그거인 꼬부랑 글씨로만 보인다.
<7월 27일,금요일>
생일이다.
외식으로 밥과 생선구이 한 마리를 먹고 장미꽃 한 송이를 사고 생일축하 노래를 청해 듣고 복숭아 와인도 나눠마셨다.밤에는 구시가의 야경을 즐기며 산책을 하고 산프란시스코 광장에서 열린 공연도 봤다.밤 바람이 포근하다.생일이다......
<7월 28일,토요일>
날씨가 맑다.부리나케 빠네시요로 달려갔다.까얌베와 코토팍시가 선명하고 피친차의 두 봉우리와 아티산하도 보인다.만년설을 인 코토팍시가 파란 하늘과 대비를 이루며 위용을 뽐낸다.그리고 다시 골짜기마다 등성이 구석구석 박힌 사람의 집들..자연은 사람의 집들을 넉넉히 품어안으며 모든 것이 부질없고 부질없고 또 부질없으니 순응하며 살라한다.사람들이여,들리는가......
<7월 29일,일요일>
어제만큼이나 날씨가 맑다.부리나케 리오밤바행 버스를 타고 코토팍시를 좀더 가까이서 즐기기 위해 코토팍시로 갔다.버스안에서 본 코토팍시는 티하나 없이 희디흰 양복으로 말끔히 차려입고 막 결혼사진을 찍으려는 예비신랑같았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일요일이어서인지 트레커들과 코토팍시를 코앞에서 즐길 수있는 대피소refugio까지 가는 나들이 차량들이 수시로 지나갔다.차에서 내린 곳에서 코토팍시 국립공원 입구까지는 7킬로미터.그곳에서 대피소까지는 28킬로미터를 더 가야 한다.입장료는 $10,대피소까지 왕복차비는 $20. 한순간에 구름 속으로 사라진 코토팍시를 망연히 찾아헤맨다.내가 보고싶다고 해서 냉큼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까얌베가 그렇고 코토팍시가 그렇다.
<7월 30일,월요일>
두부를 샀다.
같은 숙소에 묵는 미국 아줌마 로레나가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다며 한국 식료품가게인 <장터>를 소개해주었다.고추장과 된장은 물론이고 김과 미역,신선한 배추와 무,시금치를 비롯해서 김치,두부,콩나물까지 우리나라 있는 식료품 가게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같다.야채들은 막 밭에서 딴 것처럼 싱싱하다.사고싶은 것은 많았지만 덩치가 크고 가격부담도 만만치 않아서 두부 한 모를 사가지고 왔다.저녁 메뉴는 두부찌개.
<7월 31일,화요일>
그동안 배운 일본어를 모두 공책에 정리했다.히라가나가 많이 익숙해졌다.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주엽이도 나도 일본어 배우는 일에 점점 흥미를 더해간다.
생강을 며칠간 설탕에 재어놨다가 생강차를 끓였다.진하게 우러나서 맛있다.
<8월 1일,수요일>
며칠째 아침마다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다.설산 까얌베가 쨍한 햇빛에 반사되어 얼음성처럼 빛난다.산프란시스코 성당에서는 천상의 노래인듯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퍼지고 옥상 빨랫줄에는 빨래들이 하늘거린다.
<8월 2일,목요일>
방을 옮겼다.106호.옥상에 있는 전망좋은 방이다.파란 하늘이 더 가까워졌다.광장쪽으로 난 창으로는 침대에 앉아서도 하늘과 광장과 설산 까얌베를 즐길 수있다.창문도 더 넓어서 방안은 더 환하고 창문 가득 파란 하늘이 담겨 있다.아무래도 난 옥탑방 체질인가 보다.바깥문에 옥주가 챙겨준 전화카드를 끼워넣었다.광야 싯귀가 적힌 것도 있고 경복궁 사진이 담긴 것도 있다.일종의 문패다.옆집 마술부부는 풍선을 매달아 놓았다.
산프란시스코 광장 모퉁이에 자리잡은 호텔 수크레는 찾기도 쉽고 구시가의 전망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4층에 정면으로 보이는 방이 나의 아지트였던 방이다.
말끔하고 산뜻한 숙소는 아니지만 부엌을 마음껏 쓸 수있고 장기 여행자들도 만날 수있어 정보교환하기에도 좋다.
<8월 3일,금요일>
옮긴 방은 사각형이 아니라 부채꼴 모양이다.창문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다가 호를 그리고 문쪽으로 갈수록 좁아진다.천장은 높고 문은 철문이라 밤에는 마치 감옥같기도 한데 창문이 넓고 환해서 바깥 풍경을 가득 담아내고 있어서 어지간한 호텔 로얄룸이 부럽지 않다.작은 방 하나가 아주 다른 두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그래서 낯설고도 재미있다.
고기 간 것과 야채를 듬뿍 넣고 고추가루를 풀고 계란과 파도 넣어서 국을 끓였더니 주엽이가 육개장같다며 맛있게 먹는다.
<8월 4일,토요일>
로레나 아줌마는 이곳에서 남미 가이드북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푸석한 흰 머리카락들이 적지않은, 허리 아래까지 오는 머리를 한 갈래로 땋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찢어진 청바지와 군청색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갈라파고스에서도 9개월동안 머물면서 일을 하고 볼리비아에서도 잠시 영어 선생을 하기도 했단다.살아온 연륜과 여행한 곳들이 적지 않아 '정보은행'이기도 하다.처음에는 괴짜처럼 보이던 그녀가 익숙하고 정감이 간다.오늘은 그녀가 참여하고 있는 가이드북<비바 트래블 가이드>를 빌렸다.
<8월 5일,일요일>
11시경부터 볼리비아에서 온 공연침이 구시가를 돌며 가두행렬을 한다.탈으 쓰고 천사나 독수리 분장을 했다.뒤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춤꾼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인디헤나들도 고유의 악기를 불며 행렬으이 선두에 섰다.행렬을 마친 팀들은 산프란시프코 광장으로 와서 일찌감치 설치된 무대위에서 춤과 노래를 부른다.
<8월 6일,월요일>
한동안 북적거리던 일본 여행자들이 하루 이틀 상간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집안은 조용하다.부엌도 한산하고 숨막혀 터져버릴 것같던 냉장고도 숨통이 트이고 붙박이들의 아지트였던 거실도 한산하기만하다.한가한 부엌에서 계란을 듬뿍 씌워 토스트를 만들고 바나나쉐이크도 만들었다.오늘도 지난 시간에 배운 것들을 공책에 정리하고 40개의 동사들을 외우느라 바쁘다.
<8월 7일,화요일>
독립광장 근처에 시립 문화회관이 있다.얼마전부터 삼바축제에서 찍은, 브라질 처녀가 한껏 분장을 하고 터질듯 탄력적이 몸이 건강미 넘쳐보이는 사진이 담긴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는데 알고보니 사진전시회를 알리는 플래카드였다.산책길에 무심히 들른 전시회는 삼바축제 말고도 키토의 자연과 사람들, 페루나쿠바,아르헨티나의 사람과 풍경을 담고 있다.표정이 있는 사진들 속에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8월 8일,수요일>
109호에 머무는 마꼬또는 혼자 여행중인 일본 여행자다.전직 간호사였고 일을 그만둔 후 1년동안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캐나다에서 지냈고 그 후에는 알래스카를 지나 중미를 거쳐 남미를 여행중이다.혼자서도 맛갈나게 음식을 해먹는 그녀는 한국에 세 번와봤고 열흘 동안 인도를 여행했다고 했다.결혼보다 꿈을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는 그녀는 정감가는 친구다.
이시카와 신이치로는 꼬박 1년동안 중남미를 샅샅이 여행한 일본 여행자다.한국에서 1년동안 한국어를 공부한 적이 있어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말투도 생김도 청학동 총각처럼 생긴 그 역시 정감가는 친구다.한국에서 하숙집 안주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것같같다는 말에 맞장구치며 덕분에 한국에서 살이 많이 쪘다고 너스레를 떤다.
<8월 9일,목요일>
내일은 키토 독립일로 국경일이다.전날인 오늘 키토 구시가는 완전히 축제 분위기다.광장마다 대형 무대가 펼쳐졌다.독립광장에서는 오케스트라가 클래식을 연주하고 도밍고 광장에서는 민속공연이,산프란시프코 광장에서는 젊음의 열기가 넘치는 대중가수들의 공연이 있었다.거리에 마련된 또 다른 무대에서는 발레공연이 진지하고 거리에는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되어 있다.입장료가 필요한 많은 곳들이 오늘은 모두 무료다.축제 전날을 즐기러 키토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쏟아져나온것 것럼 구시가 곳곳은 사라들로 넘쳐난다.
키토 viva!!
<8월 10일,금요일>
저녁에 로레나 아줌마가 와인과 잔 세 개를 가지고 방문을 두드렸다.그녀는 우리가 곧 가려는 페루 북부의 차차포야와 주변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장소와 숫자에 대한 그녀의 기억력은 꼼꼼해고 비상해서 어지간한 가이드북을 능가한다.16절지 종이 한 장이 금세 상세한 지도와 정보로 가득 찼다.
<8월 11일,토요일>
신이치로가 갈라파고스로 떠났다.로레나 아줌마와 산로케 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주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일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보는 아줌마는 알뜰족 중 알뜰족이다.토마토도 밉지 않게 덤을 더 얻고 수박과 바나나도 조금 허름한 것들로 싸게 사고 양파도 500원어치를 사서 나와 나눴다.아침 저녁은 만들어 먹고 점심도 일터 근처는 $2.5나 해서 집에서 샌드위치나 과일을 싸가서 먹는다고 한다.그녀는 해물 스파게티를 해먹겠다며 왕새우 한 근을 샀고 나도 반근을 사서 저녁에 새우국을 끓였다.
<8월 12일,일요일>
옥탑으로 방을 옮긴지 열하루가 되도록 하늘은 흐리다.옆집에 사는 마술부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일요일을 맞아 프란시스코 광장에서 네 번이나 공연을 한다.난 으스스한 바람 속을 가르며 광장에서 광장으로, 이거리에서 저 거리로 걸어다닌다.
<8월 13일,월요일>
부엌에 있는 냉장고에 옥주가 챙겨준 도라지꽃 그림이 있는 전화카드를 붙였다.이따금 한국 여행자가 와서 보면 깜짝선물이 될 지도 모르겠다.저녁에 마지막 일본어 수업을 했다.오늘 배운 것은 명령문이다.난생 처음으로 배운 일본어.3주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미있었다.
<8월 15일,수요일>
키토에서는 국제 학생증을 $12에 만들 수있다.남미를 여행한 여행자들에 따르면 페루에서 국제 학생증에 아주 유용하다고 했다.
일찍 일어나 일본어 배운 것을 총정리하고 신시가지로 가서 학생증을 만들었다.그리고 라타쿤카로 향한다.하늘이 잔뜩 흐려서 가는 길에 코토팍시를 보지 못한 주엽이가 애를 태운다.
<8월 16일,목요일>
라타쿤카는 코토팍시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있는 도시다.어제 저녁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코토팍시를 얼핏 보고는 오늘을 기대했다.대기가 청명한 아침 일찍 코토팍시를 보려는 일념으로 자명종까지 맞춰놓고 새벽 5시에 일어났지만 하늘은 온통 구름세상이다.
매주 목요일은 코토팍시에서 가까운 마을인 사뀌실리에서 목요시장이 열린다.뭐니뭐니해도 제일 흥미로운 것은 동물시장이다.야마들 중에서는 능청맞게 사진기를 들이대면 찍을테면 찍어보라는듯 빤히 쳐다보며 응시하는 녀석이 있는가하면 사진발에 자신이 없는지 고개를 돌리는 놈도 있다.돼지멱따는 소리를 내며 팔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돼지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고 소시장은 조용한 가운데 거래가 이루어진다.아낙들은 직접 재배한 옥수수며 감자,콩,야채 등을 제값을 받고 거래하려 흥정이 한창이다.
<8월 17일,금요일>
어제 사뀌실리 시장을 구경하고 바로 바뇨스로 왔다.시내 중심은 화산투어와 말 트레킹,마운틴 하이킹 사진들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여행사들이 넘쳐나고 장신구 상점들과 까페나 식당,호스텔도 많다.오늘 아침도 날씨는 허탕이다.두터운 구름층이 낮게 내려앉아 머리를 짓누르더니 급기야 비를 뿌린다.바뇨스에서 잘보이는 퉁그라후아(5016)화산을 제대로 보기는 다 틀렸다. 아침을 먹기 전에 집에서 가까운 폭포에 갔다.야외온천은 비가 와도 사람들로 북적인다.아침을 먹고 전망포인트인 빌라베스타가지 올라갔다.하지만 여전히 퉁그라후아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뒤이어 올라온 다른 여행자는 구름만 가득한 퉁그라후아쪽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하지만 내려오는 길에 몇 번을 뒤돌아보다 마침내 보고야 말았다.퉁그라후아가 구름 속으로 살짝 얼굴을 내밀지 않는가.분화구 옆구리에서는 계속 들숨날숨을 쉬며 거무스름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숨죽이며 보다 탄성을 질렀다.
바뇨스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비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야외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구름 속으로 살짝 얼굴을 내민 퉁그라후아 화산이 거친 들숨과 날숨을 쉬며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보람찬 하루다.빌라베스타villabesta에서 퉁그라후아 화산을 보고 내려오자 쌍무지개가 떴다.
<8월 18일,토요일>
밤새 비가 내렸다.여름 장마처럼 밤새 비가 내렸다.주인은 건기라 이 정도고 우기에는 비가 훨씬 더 많이 온다고 했다.이른 아침을 해먹고 리오밤바로 갔다.하늘은 온통 구름세상이다.리오밤바는 생각보다 크고 어수선하다.리오밤바를 에워싼 설산들이 아니라면 모른척 지나친다해도 전혀 아쉽지 않을 것같다.설산들을 감상하기 좋은 21 de Abril공원으로 가서 산들을 조망하였다.구름사이로 침보라소가 거대한 자태를 희미하게 드러내고 퉁그라후아는 여전히 숨을 토해내고 있다.
주위 산들을 조망하기 위해 찾아간 4월 21일 공원.하지만 하늘은 구름 세상이다.
<8월 19일,일요일>
리오밤바에서 설산들의 향연을 맘껏 즐길 기대에 부풀었던 주엽이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리고 하늘은 본래 회색이었다는듯 푸른 하늘 한조각 내비치지 않는다.리오밤바까지 와서 에콰도르에서 가장 높은 설산인 침보라소(6310)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그래서 산을 향해 갔다.터미널앞 중국식당에서 산처럼 쌓아 접시에 담아온 볶음밥을 양껏 먹고 버스를 탔다.한 시간쯤 후에 버스는 침보라소로 들어가는 입구에 우리를 내려놓았다.4370미터.황량한 들판 저 너머 침보라소가 침보라소가 자태를 드러냈다.심드렁했던 나도,혹시나 하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더 주엽이도 흥분했다.입구에는 매표소가 있고 이곳에서 산장refugio까지는 7킬로미터다.일요일이어서인지 들고나는 차량들이 꽤 많다.우리는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안고 산을 향해 걸었다.주엽이는 산의 자력에 저절로 끌려가기라도 하듯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암바토에서 산장으로 놀러온 가족이 탄 차를 히치했다.운전대를 잡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가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ok하신다.드디어 산장에 도착했다.제 1산장은 4800미터에 있고 이곳에서 1킬로미터쯤 올락가면 침보라소 턱밑인 5000미터 지점에 제 2산장이 있다.1킬로미터.평지라면 룰루랄라하면서 갈 길을 숨이 턱에 차서 제 2산장까지 갔다.아~침보라소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Bienvenidos al CHIMBORAZO침보라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도로가에 세워진 커다란 입간판이 바람에 윙윙거리고 그 너머 침보라소가 위용스럽게 서있다.
4800미터에 있는 제 1산장까지는 차로 갈 수있다.주말이면 관광버스와 가족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하지만 고도가 갑자기 높아지기 때문에 유의해야한다.
.
제 2산장(5000미터)에 가까이 갈수록 침보라소가 눈앞 가득 들어온다.
침보라소 턱 밑에 있는 제 2산장에는 내일 새벽 정상 등반을 노리는 두 명의 트레커가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이 곳에서는 간단한 차와 음식을 팔기도 한다.
<8월 20일,월요일>
꽉 찬 흥분이 가시지 않은채 발걸음도 가볍게 꾸엔까로 갔다.과야킬과 키토에 이어 에콰도르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이자 키토 구시가처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하지만 날씨탓인지 6시간만에 도착한 꾸엔까는 잔뜩 흐리고 을씨년스럽다.중심공원에 있는 성당이 멋드러지기는 하지만 도시가 주는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8월 21일,화요일>
세계 3대 장수마을 중 하나인 빌카밤바의 첫인상은 여유로움이다.적절한 기후와 적당한 노동,기름지지 않은 식습관이 그들의 장수에 기여했다고 한다.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은 집들사이로 사탕수수와 바나나밭이 푸르고 황금들판을 물들이는 저녁 햇살도 아름답다.일주일 정도는 마을을 산책하며 둥글둥글 보내고 싶은 곳이다.
<8월 22일,수요일>
마을을 산책했다.혼자 걸어다닌 2시간의 산책길이 좋다.물소리 바람소리도 좋고 흙냄새도 좋다.사람의 집들을 품어주는 산과 푸른 하늘,맑은 햇살과 고요가 좋다.
에콰도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8월 24일,목요일>
빌카밤바에서 첩첩산중에 있는 줌바zumba까지는 몇 구비의 산을 돌고 돌아야 한다.5시간 내내 비포장 산길을 돌고 돈다.줌바는 언제라도 사람이 떠날 것같은 변방의 국경마을이다.이곳에서도 국경인 라 발사la balsa까지는 하루에 세 번 차가 다닌다.새벽에 일어나 빌카밤바를 출발했건만 라 발사에 도착하자 하루가 저물어간다.
국경을 통과했다.여행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국경포인트가 아니어서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다.페루입성이다.90일 비자를 받고 환전상에게 약간의 돈을 환전했다.페루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다운 마을인 산 이그나시오 까지는 비포장길을 택시로 3시간을 달려서야 도착했다.긴 하루다.
Tip...
<오따발로>
-.국경~오따발로:3시간
.원주민들이 그들 고유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
.일요시장으로 유명하다.
.주변의 마을들과 산들을 트레킹하기에 적당하다.
<키토>(2850미터)
-.오따발로~키토: 2시간
-.에콰도르의 수도
-.크게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뉘며 구시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오래된 성당들과 대통령궁,광장..그리고 싼 숙소들..
-.반면에 신시가는 높은 건물들과 여행사.여행자용 레스토랑,항공사,비교적 비싼 숙소들..
-.구시가가 신시가에 비해 위험하다고 하나 개인적으로는 구시가가 훨씬 정감이 가고 좋다.
-숙소:<호스텔 수크레hostal Sucre>$3.5/더블룸,부엌,공동욕실,
구시가에 있음.에콰도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산프란시스코 성당옆
(성당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에 있는 5층 건물).
버스터미널에서 10분내지 15분.성당을 물어보면 누구나 다 안다.
일본 가이드북을 제외한 다른 가이드북에는 안나옴.
가능하면 옥상에 방을 구하면 전망을 즐기거나 빨래를 하고 널기에 더 좋다.
근처에 슈퍼마켓이 서너개 있고 큰 재래시장도 있다 (산로케 시장)
.
-.빠네시요Panecillo :구시가에 있는 언덕.이곳에 올라가면 키토의 전경을 즐길 수있다.
구시가에서 걸어가면 30분정도 걸리나 강도들의 극성으로 택시 권장 ($2).
하지만 일요일에는 언덕위까지 버스가 다닌다.
버스 앞유리에 <mitad del mundo>
-.키토에 있는 한인 식품점
<장터>:신시가에 있음.
.가기:에코비아 라인을 타고 24de Mayo에서 내려서 El Telegrofuno로 가다보면 나온다.
주소:Av6de Diciembre y Telegrafo E 10-204,
두부,콩나물,참기름,배추,김,미역..
<동양식품>:녹색 트롤을 타고 종점 전 정거장인 LaY..에 내려서 Av Amazones..로 가는 길에 있다
주소 :Mercado de inaquito
-독립광장근처에있는 시립문화회관에도 들려보면 좋음.인상적인 사진전시회와 그림전시회..무료!!
*키토에서 학생증만들기
-.Grupo IDIOMAS:Roca 130y 12 de Octubre Edificio Gayal 136 .2F
(신시가Galo plaza 역에서 걸어서 2-3분)
.사진 2매,$12 , 30-40분정도 걸린다.
<라타쿤카 Ratacunga>
-.키토~라타쿤카: 2시간.
-.사뀌실리시장:목요일에 열리는 원주민 시장.라타쿤카에 가는 이유중 하나
라타쿤카에서 버스로 30분..가능하면 오전 일찍 가능것이 좋다.
-.숙소:
<바뇨스 Banos>
-.가기:라타쿤카-암바토($1)-바뇨스($1)
라타쿤카에서 바뇨스로 바로 가는 버스는 자주 없으므로 번거롭더라도
암바토에 가서 갈아타면 바로 연결된다.
-.온천과 퉁그라후아 활화산으로 유명.
-현지인들의 휴양지이기도..수영복을 파는곳도 많다.
-숙소:
<리오밤바>(2750미터)
-.가기:바뇨스-암바토($1)-리오밤바($1)
-.에콰도르에서 가장 높은 화산인 침보라소(6310)를 가기 위한 베이스 캠프
-.주변을 둘러싼 설산들이 아니라면 별 매력이 없는 도시
-. 기차여행을 하기 위해 이곳에 들르는 여행자들도 많다.
<쿠엔카>
-.에콰도르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
-.가기:리오밤바~쿠엔까: 6시간,$6
-.숙소:
<빌카밤바 >
-.세계 3대 장수마을 중 하나
-.평화롭고 조용하고..쉬어가기 좋은 마을.
-.물가는 살짝 비싸다.
-.숙소:
마을이 작아서 찾기 쉽다.광장에서 1분.
-오따발로에서는 마을마다 열리는 일년중 가장 큰 원주민 축제인
태양축제(인티 라이미)를 즐기고 마을들을 찾아다니느라,
키토에서는 구시가가 마냥 좋아서 오래 머물렀지요.
아직도 에콰도르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정답게 건내는 인사에서 느끼는
정겨움과 편안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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