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곳 저곳

피나투보 화산 트래킹-황량함의 아름다움

shepherd2 2009. 10. 20. 16:22

 

피나투보 화산 트래킹

필리핀

 

황량함의 아름다움

 

 

 

인간은 수천 년에 걸쳐 대자연을 정복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을 기우려 왔다. 그러나 그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이 이루어 놓은 것을 단 한 번의 재앙으로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 자연이다. 1991년 6월 필리핀에서 그와같은 일이 발생했었다.

 

필리핀 피나투보(Pinatubo) 화산의 폭발은 순식간에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때 분출된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과 화산재는 햇빛을 가려 지구 냉각 효과까지 일으켰다. 화산 폭발 시 나온 유황이 성층권에서 태양열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 피나투보 화산이 현재는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다.

 

마닐라에서 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엥겔레스 마을에 도착하면 사륜 구동차에 몸을 실을 수 있다. 운전자가 직접 제작했다는 사륜 구동차는 문짝도 없고, 에어컨같은 시설이 돼 있지도 않다. 갈대밭을 지났을 때 차 밖을 내다보니 생명의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바위들이 천지에 널려있다. 차는 계속 덜컹거리며 온 몸을 들썩인다. 잠시만 방심하면 짐이고 사람이고 다 떨어질 판이다.

 

잿빛 벌판이 끝없이 펼쳐지는 길을 지나다 보면, 먼저 출발한 앞 차에서 일으키는 먼지가 반은 입 속으로, 반은 의자 위에 뽀얗게 쌓인다. 용암과 화산재가 뒤섞인 황량한 벌판에도 드문드문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문득 인간은 한번 죽으면 영원히 소멸되지만 자연의 생명력은 다만 변형은 도리지라도 불멸한다는 생각이 든다.

 

엥겔레스 마을을 출발하여 1시간 반 정도를 달린후 하이킹으로 2시간을 올라가면 피나투보 화산의 분화구에 도달한다. 용암이 흘러내렸던 길은 홍해가 갈라지듯 산의 한가운데를 갈랐다. 분화구까지 가는 길을 만들었으나, 태풍으로 길이 유실된 상태다.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이 막다른 길 끝에 다다르니, 누군가 세워놓은 마리아상이 눈에 띄었다.

 

오랜 여행으로 몸에 쌓인 먼지를 씻어내는 데는 유황 온천이 제격이다. 천연 유황머드를 온 몸에 바르고,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유황물에 발을 담그고 있자니 발끝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온기에 온 몸의 피로가 가시고 나른해진다. 유황머드는 특히 골관절염과 피부병에 효과가 뛰어나다. 피나투보 화산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독특한 체험은 바로 화산재 찜질. 한국인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화산재 찜질은 체내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고 피부를 소독하는 효과가 있어,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 여성에게 좋단다.

 

피나투보 화산을 내려오는 길에 필리핀 원주민인 아야타족 마을을 들렸다. 화산 폭발 당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마을이다. 매우 가파른 산등성이를 올라가면 마을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그곳에서 맨발의 아이들이 이방인들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문명과 동떨어져 살았을 법한 아이들의 입에서 “안녕하세요”, 또는 “어서 오세요”라는 한국말이 나온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배웠을텐데 제법 발음이 정확하다.

날카로운 절벽과 이끼 무성한 정글, 수정 같은 강, 용암의 흔적, 그리고 문신을 새긴 원주민들. 트래킹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피나투보에 있다. 그 신비를 맛보려는 사람들은 오늘도 피나투보 정상을 향해 힘차게 발을 디딘다. 정복의 희열감으로 바라보는 으스스한 야경은 해변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체험을 선사한다.

 

 

 

여행정보

필리핀 수도 마닐라까지 비행시간은 약 3시간30분으로 11월부터 2월까지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며, 기온은 이 시기에 섭씨 22도~28도쯤이다. 페소를 사용하지만 현지에서는 원화를 직접 페소로 바꾸기 어렵다. 미리 한국에서 달러로 바꿔가는 편이 편리하다.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110볼트 콘센트를 사용한다.

 

 

피나투보 가는 길

피나투보 화산은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 방향으로 2시간 가량 차로 달리면 닿을 수 있다. 피나투보화산 아래 산타 훌리아나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의 스파센터에 여장을 풀고 4륜구동 지프를 타고 화산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주변에 공군기지가 있으니 훈련 일을 피해 트레킹을 예약해야 한다.

 

 

 

 

 

 

 

  • http://blog.daum.net/jsh925/6022462 에서 옴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