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아닌 ‘혼인’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
복잡한 전통절차를 편리하게 치르기 위해 ‘결혼식’이라는 이름으로 거행되고 있는 ‘혼례’.
하지만 그 의미와 절차에 있어서 너무 많이 변질된 것이 사실이다. 혼례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본래의 의미 잃은 ‘결혼’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는 일을 ‘혼인’이라고 한다. ‘혼(婚)’은 ‘장가든다’는 뜻이고, ‘인(姻)’은 ‘시집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장기들고 시집간다’는 말이 된다. ‘혼인’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토록 심오함에도 혼인이라는 말 대신 ‘결혼’이라는 말이 쓰여짐은 다시 한 번 생각할 일이다. 남자가 장가들고 여자가 시집가서 부부가 되는 혼인이 남자 위주의 ‘장가든다’는 의미만 있는 ‘결혼’이라는 낱말로 쓰여지고 있는 것은 혼인절차에 대한 명칭들이 남자 위주로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장가든다’는 뜻의 글자가 ‘혼(婚)’이 된 까닭은 저녁(昏)때 여인(女)을 만나는 것이 장가드는 것이고, ‘시잡간다’는 뜻의 글자가 ‘인(姻)’이 된 까닭은 여자의 집에서 신랑감을 구하는 데는 반드시 중신하는 부인인 매씨에 의해야 했으므로 여자(女)매씨로 인해 남자를 만나는 것이 시집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헌법이나 민법 등 모든 법률에서는 결혼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고 반드시 ‘혼인’이라고 쓰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을 ‘결혼’이라고 하면 남자가 장가드는 데 여자는 곁붙여서 따라가는 것이 될 것이고, ‘혼인’이라고 하면 어휘에서부터 명실상부한 남녀평등이 구현된다. 그러한 심오한 의미도 알지 못하면서 소위 여권신장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결혼’이라고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여렵다.
‘관광’으로 전락한 신혼여행
우리나라에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1920년대를 전후해 신식 혼인절차가 도입되었따. 그리고 각종 종교의식에 의한 혼례정하도 종교인들 사이에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서양문물에 의한 온인 예식이라면 정종 서양식이어야 할 것이고, 종교식 혼인예식이라면 마땅히 그 종교의 예식절차에 의해서 거행되어야 될 텐데 전통 관습 절차와 신식 또는 종교절차가 혼합되어 국적 불명의 혼인예식이 자리 잡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합궁례’의 의미와 절차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첫날밤을 치르게 되는 신혼여행지는 신부의 집이어야 하지만, 언젠가부터 결혼식 후 웨딩드레스를 벗자마자 공항으로 달려가는 풍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첫날밤은 그 장소와 금침 등에 이르기까지 가장 엄숙하고 경건한 상황이어야 하는 것인데 요사이는 ‘관광’의 한 수단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현대의 결혼에는 부모는 없고 혼수며 웨딩드레스만 있다.
전통혼례에는 ‘초자례’와 초녀례‘라고 하여, 혼인 당일 아침에 혼인 당사자들의 각각의 조상과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절차가 있다. 신랑 신부의 부모님은 자녀에게 술을 내리며 당부의 말을 건네는 의식으로 혼인당사자가 부모님께 새 생활을 다짐하는 풍속이다.
하지만 오늘날 혼례 당일의 풍경은 어떠한가. 부모님 앞에 앉아서 조언을 듣고 앞으로의 마음가짐을 말씀드리기는커녕 서둘러 미용실 가기 바쁘니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다.
결혼 분디도 신랑 신부의 주장 위주로 돌아가지 어른들의 조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트러블’이니, ‘마찰’이니 하며 결혼 준비 스트레스를 부르짖는다.
혼례란 부부가 되고, 나아가서는 부모가 되는 인생의 절차인 만큼 앞서 그 절차를 지나온 부모와 함께 밟아야 할 절차임이 분명하다.
복잡하고 형식적인 전통혼례의 절차를 모두 다 따를 수는 없다. 다만 결혼식 당일 초자례와 초녀례를 행함으로써 부모의 도리와 자식의 도리가 함께 이루러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출처 - 궁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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