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어느 고승 의 일화

shepherd2 2009. 3. 13. 12:11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누가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고승(高僧)의 일화(逸話)랍니다.

*

깨달음과 덕(德)이 매우 높고 크신 스님이 한 분 계셨답니다.
그러나, 이 스님은
그 어느 사찰(寺刹)에도 매어있지 않았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유명하고 큰 사찰의 주지(住持) 스님 자리도 마다한 채
8도 강산을 유람하며 중생(衆生)의 제도(濟度)에만 힘을 쓰면서
종종 자신이 다니고 있는 곳 인근의 사찰에 들러
신세도 지고 자신의 믿음을 더욱 굳게 할 뿐이었답니다.

*

어느 몹시도 추운 겨울
인가(人家)도 거의 없는 산 중에서 날이 어두워지자
부근의 한 사찰로 찾아가서 하루 밤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그 사찰에 도착한 것이 꽤나 늦었나 봅니다.
이미 저녁 예불(禮佛)도 끝나고
스님들이 거의 다 잠자리에 든 다음에서야 도착했답니다.
그러나 다행히 주지 스님만은 아직 잠들기 전이어서
산 중에서 얼어 죽지 않으려고 찾아 왔으니 하루 밤 신세를 지자고
부탁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님의 행색(行色)을 훑어 본 주지 스님의 태도가
마치 걸인(乞人)이라도 찾아 온 듯
귀찮아 하는 표정이 역력(歷歷)한게 아닌가?
하지만, 같은 스님으로써
찾아온 사람을 나가라고 할 수는 없었는지
문짝도 없는 허름한 창고 한 쪽에서
잠을 자고 갈 수 있게는 승낙을 했습니다.
물론 저녁 대접 같은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차디찬 대접이었지요.

*

날이 조금씩 밝아 올 무렵까지
추위와 배고픔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 스님은
주변에 흩어져있던 잔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붙인 다음
법당 안으로 들어가 ‘부처님’상(像)을 들고 나와서는
피워 놓은 불 속에 던져 넣었답니다.

*

새벽 예불 시간에 맞춰
눈을 뜬 주지 스님이 언뜻 창문을 보니
창 밖에서 불빛이 어른거리는 것이 아닌가?
‘화재(火災)’가 난 줄 알고 깜짝 놀라 황급히 문을 열고 뛰어나가 보니
어제 밤늦게 찾아 온 객승(客僧)이
무엄하게도 부처님을 태우면서
막대기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게 아닌가?
아무리 점잖은 체면의 주지 스님이지만 욕설이 나올 수밖에..

“이 떠돌이 땡중 놈이, 환장을 했나?
제 놈 몸 하나 녹이려고 부처님을 불 태워?”

그러나 그 스님, 조금도 놀라지 않으며 하는 말이
“아니올시다. 사리(舍利)를 찾고 있습니다.”
“이...이...놈아!
나무로 만든 부처에서 어떻게 ‘사리’가 나온단 말이냐?”
“아! 이 것이 나무로 만든 것이었습니까?
그렇다면,
어짜피 이 불상(佛像)은 못쓰게 됐으니
다른 나무로 한 번 더 깎아 만들면 되겠군요.
하지만 사람의 목숨 한 번 끊어지면
다시 살릴 수 없는 법이거늘...
객승(客僧)이야 얼어 죽건 말건 밖에서 자라 하고
주지 스님은 방안에서 편히 잠이 오시던가요?
그러면서도 새벽 예불이랍시고
나무토막에 절이나 하라는 것이 ‘부처님’ 말씀이셨던가요?”

*

그 때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우친 주지스님,
그 고승(高僧)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넙죽 엎드려 큰 절을 하며 사죄했다고 합니다.

이 주지 스님은
스스로
그리고 바로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사죄했지만

우리들은 어떠한가요?


어느 사람을 평(評)할 때
그의 외모, 사회적 지위, 권력의 세기..등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혹은 업신여기며

심지어는,
내면(內面)의 "인간성"이나 "인격" 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는 부(富)의 정도(程度)가 클 수록
"잘 사는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가요?

과연, "잘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일까요?

그리고, 내 잘 못을 남이 지적해주는데도 불구하고
사죄는 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내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에게
나쁜 감정까지 같는 것이
우리네 거의 모든 사람들의 태도가 아닐는지요?

우리 모두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참된 마음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는지요?

출처 : 어느 고승 의 일화
글쓴이 : 嘉 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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