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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t'다목적 무인항공기, 北이상징후 포착되면

shepherd2 2012. 10. 8. 10:14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한반도 서해안의 최북단 평안남도 신의주까진 760㎞, 부산 해운대에서 동해안 북단 함경북도 나선시까지는 780㎞ 떨어져 있다. 미사일 사정거리를 800㎞로 확대하면 이런 동·서해의 최북단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기존 미사일 지침대로라면 북한 전방 일부만이 공격 대상이었다.

 그나마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 징후를 감지하기 어려운 북한의 단거리 전술미사일 KN-02(사거리 120㎞)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중부지방에서 쏴야 했고, 우리 최전방 지역에서 미사일을 쏘더라도 평양을 공격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 때문에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은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충분한 수단'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의 양해를 얻어낸 800㎞ 이상의 거리는 군사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괜히 주변국에 대한 오해와 갈등으로 안보적 비용만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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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 사거리 확보는 우리의 미사일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도 됐다는 평가다. 미사일이 600㎞를 넘겨 비행할 때는 대기권을 벗어났다 재진입(re-entry)하는 기술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사거리를 줄일 경우 탄두중량을 늘릴 수 있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방식 도입도 만족할 만한 성과로 꼽는다.

 미사일 협정 개정을 통해 한반도 전역을 공격 가능하게 하고 주요 군사시설은 보다 강력한 탄두를 통해 타격할 수 있는 '전술적 융통성'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새 미사일 지침에 따르면 사거리를 550㎞ 정도로 줄일 경우 탄두 중량을 1t까지 늘릴 수 있다. 여러 곳을 동시다발로 공격할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MIRV) 등의 특수폭탄을 사용할 수도 있다.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550㎞ 정도면 북한의 군사전략 시설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온다"며 "일단 사정거리를 늘린 뒤 트레이드 오프 방식을 적용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는데 이제 다양한 전술운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다목적 무인항공기의 탑재중량을 2500㎏(2.5t)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포착→결심→공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줄여 정찰기에 미사일을 탑재해 보는 즉시 타격할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최고의 무인항공기로 꼽히는 미국의 글로벌 호크의 탑재중량이 2250㎏임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군이 이를 실전에 배치하게 되면 비행하며 정찰하다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바로 정밀 유도 폭격을 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광학감시장비와 통신장치·레이더 등 자기방호장비를 모두 합하더라도 전체 무게는 980㎏ 내외"라며 "이를 제외하면 1500㎏ 정도의 무기탑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발에 250㎏에 달하는 GBU-38 공대지 정밀유도탄 6발 탑재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군은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을 들여 기술개발과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뀐 뒤 정책이 달라지거나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해주지 않는다면 족쇄를 풀고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은 만족했다는 평이지만 '미사일 주권' 확보의 문제는 이와 별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그간 미사일 협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놨던 만큼 우리의 자위권을 확보하는 데 언제까지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느냐는 얘기가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정용수.조현숙 기자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