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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쇼크]'전자왕국' 몰락, 남의 일 아니다

shepherd2 2012. 11. 2. 11:50

[머니투데이 서명훈기자]파나소닉 쇼크는 일본 가전업체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업체들이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전자업체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하지만 일본 전자왕국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몰락하고 말았다.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전자업체들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초부터 일제히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한 수 아래로만 여기던 중국업체에 일부 사업부를 넘기는 수모를 겪고 있다.

◇ 몰락 원인 '갈라파고스 증후군·자만·고집'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전자업체들의 몰락 원인으로 갈라파고스 증후군과 자만, 고집 등 세 가지를 꼽는다.

가장 큰 원인은 내수시장에 안주했다는 점이다.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의 매출 가운데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와 48%, 53%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내수 비중이 20%에도 못 미친다.

국내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보다는 거대한 내수 시장에

안주했다며 결국 세계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뉴욕타임스는 국내기술로 전락한 일본의 휴대폰 산업에 대해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묘사했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육지에서 1000km 가량 떨어져 있어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된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

또 다른 원인으로는 자만을 꼽는다. 현재 전자업계의 주력 상품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 기업들이 가장 먼저 개발한

제품들이 상당수다. D램과 리튬이온 전지, 액정표시장치(LCD), DVD, 내비게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초기에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자만에 빠진 나머지 후발 주자들에게 대부분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렸고 리튬이온 전지 역시 삼성SDI에 1위 자리를 내줬다.

LCD 역시 샤프에서 처음 개발했지만 지금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1일 창립기념식에서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고 미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순간에 몰락할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자산업은 격변기를 맞이하는 등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급격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기업 특유의 고집스러움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과거의 영광에 도취돼 혁신보다는 동일한 방식을 계속

고수한 것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에서 실패한 NEC, 히타치, 미쓰비시를 합쳐 엘피다를 만든 게 단적인 예다.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덩치를 키워 대항하겠다는 전략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파나소닉 역시 전세계적으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를 밀었으나 LCD에 밀리고도 과감히 사업전환을

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 이에 반해 삼성과 LG는 LCD와 PDP 사업을 진행하다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PDP가

밀리자 과감히 LCD로 방향을 전환하고 PDP는 사업을 유지하는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책임경영 부재, 화 키웠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린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1917년 설립해 9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파나소닉의

위기는 일본 버블경제의 붕괴라는 큰 파고 속에서 과감한 결단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오너십의 부재였다는 게 일본 내부의 평가다.

지난 6월에 일본 도쿄에서 만난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전자산업이 위기에 몰린 것은 '

정치적 리더십 부재'→'메가뱅크의 임무 방기'→'기업들의 내수시장 안주'→'CEO들의 기술맹신'이 복합적으로 묶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일본 버블 붕괴 이후 주요 기업의 대주주가 된 메가뱅크들이 되면서 책임지지 않는 리더십으로 인해 일본 전자산업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이 메가뱅크에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을 촉구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 이들로 인해

기업의 부실이 확대되고, 미래에 대한 장기투자도 이뤄지지 못해 '전자왕국' 일본이 몰락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한국은 강력한 오너십이 존재해, 1~2년마다 실적을 평가받는 CEO와 달리 미래를 보는 5~10년 후의

장기투자가 가능해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IMF를 거치면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일본 기업보다 더 내실을 다지는 기회를 가졌지만, 일본 기업들은 온실 속에서 이런 과정을 여전히

거치지 않고 있어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다는 것.

과거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100년 후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디만 현재 파나소닉의 대주주들은

당장의 안정만을 고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파나소닉은 최대주주가 일본마스타트러스트신탁은행으로 5.42%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일본생명보험상호회사 등

10개 금융회사가 1~5% 정도씩 나눠가지고 있는 구조다. 이들 은행권이 보유한 지분율이 25% 가량으로 이들이 하나의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걸린다는 게 일본 내부의 평가다. 또한 책임지는 일은 절대하지 않으려 든다는 것.

우리의 채권단과 비슷한 구조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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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명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