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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여행① 덜컹거리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다

shepherd2 2013. 10. 30. 18:42

 

느린 여행① 덜컹거리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다

연합뉴스 | 입력 2013.10.30 08:55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변화와 혁신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속도는 미덕이다. 모두가 '빠름'에 열광하고,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아등거린다.

여행은 이러한 흐름에 잠시 쉼표를 찍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때만큼은 여유롭고, 느긋해야 한다. 그래야 창졸간에 망각되지 않고, 추억으로 자리 잡아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한다.

철도 역시 지금까지 신속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느림의 미학'을 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경전선은 최고의 노선이다.

KTX 열차를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남짓에 갈 수 있는 세상이지만,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慶全線)'은 빨리 달리지 못한다.

1905년 경남 밀양 삼랑진에서 마산까지의 구간이 개통된 뒤 60여 년을 거쳐 1968년 광주와 부산을 연결하는 현재의 노선이 완성됐다.

경전선은 한 세대 전까지 등교하는 학생과 장에 나서는 아낙들로 붐비던 '사람 냄새' 나는 철도였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이용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경전선의 기점인 광주와 부산은 자동차로 3시간 30분 거리이다. 그런데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광주송정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 6시간 10분이 걸린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진주에서 마산까지 복선화 사업이 완료되면서 40분이 줄어든 결과다.

경전선이 느린 이유는 본래 철로가 하나뿐인 데다 오랫동안 보수하지 않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해진 기차역에서 마주 오는 열차와 교행(交行)해야 하고 10분에 한 번꼴로 정차하다 보니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단선 구간의 평균 시속은 기껏해야 50㎞ 수준이다. KTX에 비하면 '거북' 같은 속도지만, 길손에게는 오히려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편리함과 쾌적함을 도모하는 복선화 사업은 경전선의 형태를 바꿔 놓고 있다. 진주역부터 부전역까지는 현대화된 역사(驛舍)가 이어지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 구간도 상당히 많다. 물론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게다가 2015년이면 광양역에서 진주역까지의 53.5㎞ 구간도 복선으로 바뀔 예정이다. 수년 뒤에는 경전선의 경상도 구간 전체에서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단선 철도와 허름한 기차역을 찾아가는 경전선 '느린 여행'의 백미는 전라남도 화순과 보성, 경상남도 하동 구간이다. 이곳의 정경은 평온하고 유정해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 무수한 이야기를 간직한 경전선의 간이역

대다수의 기차역은 마을의 중심이었다. 관청과 상점이 주변에 들어섰고, 5일장이 열리기도 했다. 역에서 내리면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경전선의 역사도 한때는 인파로 북적이며 영화를 누리기도 했다.

철도가 부설되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역이 쇠락을 거듭했다. 그중 보성 명봉역(鳴鳳驛)의 변화는 극적이다.

명봉역은 광곡면사무소가 자리했던 곳에 세워졌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선로를 수리하는 인부들의 숙소도 생겨났다. 그런데 면사무소가 이전하고, 화물 취급을 중단하면서 2008년 간이역으로 격하됐다.

현재 하루에 두세 번 정차하는 경전선의 탑승객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차 여행자들의 순례지가 됐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명성을 얻으면서 일부러 방문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동의 횡천역(橫川驛)과 양보역(良甫驛)도 명봉역과 같은 무인 간이역이다. 지리산 아래 낮은 구릉에 위치한 두 역은 한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예스럽다.

횡천역은 높다란 수목 사이로 난 좁은 철로가 인상적이다. 마을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양보역은 플랫폼과 표지판, 산골의 버스 정류장 같은 대합실이 시설의 전부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기차역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소박하다.

한편 완행열차의 낭만은 경북선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경북선은 경상북도 김천과 영주 사이에 놓인 단선 철로로 전체 길이가 115.2㎞이다.

산이 높고 인구가 적은 경북 북부의 예천, 문경, 상주 등을 통과한다. 경전선과 속도가 비슷하고, 오래전에 지어진 간이역도 있다.

한편 코레일은 지난 9월부터 경전선 선로를 달리는 남도해양 관광열차인 'S-트레인'을 운행하고 있다. 부산역과 여수엑스포역, 광주역과 마산역을 오가며 가족석과 카페 등이 갖춰져 있다.

psh59@yna.co.kr

S-트레인 타고 광주도 가고 부산도 가고

트래비 | 입력 2013.11.06 21:03 | 수정 2013.11.06 21:17

 

 

오래된 철길은 굽이굽이 굴곡이 많고 속도도 느려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
이제 사람들은 그 느린 속도와 평화로운 풍경을 먼저 찾아 나선다.
경전선을 타고 전라도 광주에서 경상도 부산까지, 남쪽 고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S-트레인에 올랐다.

호남과 영남을 왕복하는 S-트레인의 모습. 즐길거리가 많은 남도를 차근차근,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경전선의 새로운 발견


우리나라 남도의 끝과 끝을 이으면 경전선의 길이 된다. 영남과 호남 사이에서 한때 수많은 사람을 실어 날랐지만 점점 그 이용률이 떨어져 중간의 수많은 역들이 사라졌고 운행일정도 느슨해졌다.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가 했는데, 섣부른 생각이었다. 새 옷을 입고 단장을 마친 S-트레인이 경전선의 새 출발을 알렸기 때문이다. 지난 9월27일 첫 운행을 시작한 S-트레인은 부산에서 여수엑스포(250.7km), 광주에서 마산(212.1km)을 잇는 두 코스로 달린다. 하루 한 번씩 호남과 영남을 왕복하는 기차는 구불구불한 남South도의 해안 모습과 바다Sea, 느림Slow의 뜻을 가지고 S-트레인이라 이름 붙여졌다.


S-트레인의 내부는 남도를 상징하는 동백꽃으로 꾸며져 화사하다

S-트레인의 등장은 조용한 역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동백꽃 가득 핀 S-트레인


기차 앞머리는 거북선의 모양을 본땄고, 내부는 남도를 상징하는 동백꽃과 학, 쪽빛 문양으로 가득하다. 기차에 들어서자마자 빨강과 초록, 파랑의 강렬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자리잡는다. 다소 화려한 색감의 내부는 디자인 각각에 의미를 담고 있다. 한옥의 서까래 이미지를 옮긴 천장이나 섬진강 조약돌 이미지를 옮긴 바닥, 전통 교자상으로 만들어진 카페실의 테이블 등 구석구석 눈여겨볼 것들이 많다.

S-트레인은 힐링실, 가족실, 카페실, 다례실, 이벤트실 등 기능에 따라 총 5개 구역으로 나뉘어진다. 다례실에서는 전통차를 내리는 다도법을 시연하고 시음도 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열린다. 제대로 우려낸 보성 녹차의 맛은 깊이부터 남다르다. 이벤트실에서는 마치 깜짝선물처럼 공연이 열린다. 통기타연주, 오카리나연주, 판소리, 마술 등의 공연은 여행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지역 예총에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규 일정이 짜여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정규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남도를 진하게 느끼는 방법

S-트레인과 연계된 여행 프로그램은 좀더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트레킹, 레일바이크, 관광지 등 역별로 즐길 수 있는 19개 코스를 코레일 홈페이지(www.korail.com)에서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먹거리가 빠질 수 없는 법. 특히 음식으로 유명한 남도지방을 여행할 때는 더욱 그렇다. 지역별 대표적인 먹거리를 중심으로 검증된 맛집 46곳을 확인하면 실패 없는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긴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31곳의 우수 숙박업소를 참고하면 된다.


게다가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면 더 자유롭고 편리하게 일정을 짤 수 있다. 부산, 광주, 순천, 하동, 보성, 진주, 마산, 광주송정, 창원중앙, 득량 등 10개 역에서 카셰어링을 이용할 수 있는데 총 32대가 운영되고 있다. 대여료는 1시간에 6,000원(연료비 190원/km 별도)으로 저렴하다.


●멈춰가자 남도 구석구석

S-트레인의 정차역은 이름만으로도
딱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진 곳이 많다.
그만큼 관광지도 매력적이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남도 구석구석을 살펴보자.

벌교역
'꼬막' 하면 떠오르는 그곳, 벌교. 손꼽아 주는 남도 음식에 쫄깃쫄깃하고 탱탱한 벌교꼬막을 곁들이면 이보다 더 맛있는 게 있을까. 5일장이 서는 날에는 울긋불긋 파라솔을 친 전통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성역
한국 차 생산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보성. 초록의 차밭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놀랍도록 아름다운 풍경 31선'에 들기도 했다. 매년 5월에는 보성녹차대축제가 열리니 시기를 맞춰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




순천역
바람에 누웠다 일어나는 갈대숲의 소리를 들어 보자. 때묻지 않은 순천만의 풍경은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을 때 소화제가 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낙안읍성 등 즐길거리가 많은 것도 특징.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즐긴다면 더욱 좋은 장소다.


득량역
1970년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역 앞의 풍경은 추억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낭만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디자인프로젝트로 특색을 입게 된 이곳은 그 시절의 학교, 문방구, 이발소 등으로 꾸며졌다.

북천역
하루 이용객이 10명도 채 되지 않아 폐쇄될 뻔했던 북천역은 그곳만의 비밀병기로 폐쇄 위기를 극복했다. 바로 역 주변에 지천으로 펼쳐진 코스모스. 가을이면 새파란 하늘에 형형한 코스모스의 빛깔들이 눈을 부시게 한다고.

창원중앙역
진해군항제, 주남저수지, 해양박물관, 팔용상돌탑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창원. 특히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에서는 때가 되면 찾아드는 수많은 철새들이 만들어내는 우아한 날개짓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연꽃단지, 코스모스길 등이 꾸며져 있어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부산역
부산의 매력이야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부산역에서 나와 길만 건너도 유서 깊은 중국요리를 맛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 시원한 밀면집, 유명한 초량동 돼지갈비, 산책하기 좋은 초량동 이바구길 등의 숨은 명소가 지천이다.

●S-트레인을 이용하는 똑똑한 방법


뚜벅이 여행보단 자전거 여행

조용하고 한적한 남도의 작은 마을들은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둘러볼 때 그곳만의 진한 향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기차여행에 자전거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S-트레인에는 10개의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 척 걸어놓기만 하면 되니 이 기회에 자전거를 여행 친구로 만들어 보자.

셰어링이 대세
자동차로 이동하는 편리함을 누가 싫어할까? S-트레인 정차역 10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는 특별히 더 머물고 싶은 정차역이 있을 때 더욱 유용하다. 정차역 주변의 관광지를 미리 알아두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구석구석 알뜰하게 돌아볼 수 있다. 표시된 곳에서 가능하다.


별표 세 개 S-트레인 패스
중부권에 사는 사람들 혹은 중부권 여행도 함께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S-트레인패스를 기억하자. 호남선, 전라선(익산 하행역부터 이용 가능), 경부선(동대구 하행역부터 이용 가능)과 연계된 일반열차(KTX 제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숙박, 관광지 입장, 렌터카 등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성인 기준 1일권 4만8,000원, 2일권 6만3,800원.

글 차민경 기자 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코레일www.kor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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