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한 '졸혼'에 여성들이 더 솔깃?
최수현 기자 입력 2016.11.09 03:05
지난 3일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한 배우 백일섭(72)이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연애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거나 '쿨하고 홀가분하게 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재 졸혼 상태에 있는 중년 부부들은 이혼 직전인 경우가 많다.
지난 3일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한 배우 백일섭(72)이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이런 얘기 처음 하는 거라 조심스러워요. 나쁜 의미로 표현되는 것 아닌지…"라며 그는 '졸혼(卒婚)'을 고백했다. 1남1녀를 두고 4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해온 그는 요즘 홀로 고향 여수로 내려가 바다낚시를 즐기며 산다. "이혼이 아니고, 결혼한 걸 졸업하자고 생각했어요."
방송 다음 날 젊은 여성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글이 쏟아졌다. '방송 보면서 남편이랑 20년 뒤엔 졸혼하자고 약속했어요. 애들 결혼시킨 뒤엔 따로 지내면서 연애하듯 살자고요' '꿈꿔왔던 제도예요! 힘들게 이혼 안 하고도 따로 살고 필요할 때 서로 도움 주고받고 괜찮네요' '언젠가 끝이 있다고 생각하면 남편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네요'….
일본에 졸혼 부부가 늘어난다는 뉴스가 지난 5월 전해진 이후 국내에서도 졸혼이 화제다. 졸혼 상태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중년 부부, 훗날 졸혼하겠다고 선언하는 젊은 부부도 생겨난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신구와 나문희가 졸혼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고, MBC 예능 '미래일기'에 출연한 개그맨 이봉원·박미선 부부가 27년 후 졸혼 상황을 가상해보는 등 방송에서도 다루고 있다.
졸혼이란 혼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이다. 결혼제도의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서로 떨어져 살지만, 좋은 감정을 갖고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간다. 2004년 일본에서 출간된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 유래됐다. 직장 생활에 살림과 육아까지 도맡는 여성들이 특히 열렬히 반응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결혼 7년차 김모(35)씨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 '힘든 생활도 과정일 뿐 언젠가 완료된다'는 생각을 하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했다.
졸혼은 개인이 많은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현재의 결혼 제도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졸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성(53%)이 남성(32%)보다 많았고, 국내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여성(63%)이 남성(54%)보다 졸혼할 의향이 높았다. 젊은 세대에 자리 잡은 '혼밥' '혼술' 같은 트렌드와도 연관돼 있다. 가족과 부대끼는 생활을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이 '헐거운 결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졸혼이란 말이 없었을 뿐 사실 '졸혼 부부'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각방을 쓰면서 '쇼윈도 부부'로 살거나, 서로 떨어져 살다 집안 경조사 때만 만나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연애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거나 '쿨하고 홀가분하게 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재 졸혼 상태에 있는 중년 부부들은 이혼 직전인 경우가 많다. 상당한 경제적·심리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황혼이혼의 차선책으로 졸혼이 선택되는 것.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부부는 노년에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이라며 "적절히 밀고 당기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불편 끼치지 않고 자기 생활을 해나갈 능력을 갖춘다면 졸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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