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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후 나쁜 '불량암'이지만.. 5월 신약 임상연구에 큰 기대

shepherd2 2022. 3. 15. 02:55

예후 나쁜 '불량암'이지만.. 5월 신약 임상연구에 큰 기대

민태원 입력 2022. 03. 14. 20:57 
 
[희귀암에 희망을] <3> 부신피질암
국내 신규 발생자 연 50명 안팎
연구논문 거의 없고 정보 귀해
이르면 5월 두 항암제 병합 요법
부신피질암 환자 대상 세계 첫 시도
기존 치료 실패한 환자들에 희소식

온라인 암환자커뮤니티 등에서 부신피질암 관련 도움을 간절히 구하는 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워낙 드문 암이다 보니 치료법이나 전문가 정보를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 올해 초 남편이 건강검진에서 부신피질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 중이라는 한 여성은 "재발과 전이가 가장 걱정된다"는 글을 남겼다. 부신은 양쪽 콩팥의 윗부분에 붙어있는 작은 장기(크기 3~5㎝, 무게 5g)로 몸에 필요한 여러 호르몬들을 만들어낸다. 각각의 호르몬은 혈압·맥박 조절, 당 대사, 성기능 조절 등에 관여해 부신이 없거나 제 기능을 못하면 다양한 증상과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고 있다. 부신피질암이 의심되면 복부CT 영상을 통해 암 크기와 모양, 주변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국립암센터 제공

부신은 안쪽의 수질과 바깥쪽인 피질로 이뤄져 있는데, 두 곳 모두 암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부신피질암은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 ‘희귀암 중의 희귀암’으로 통한다. 보통 인구 100만명 당 1~2명꼴로 발생한다. 윤탁 국립암센터 희귀암센터 종양내과 전문의는 14일 “종양 전문 의사들도 환자가 와야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정도”라며 “지난 10년간 부신피질암에 대한 임상연구 논문이 나온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국내 부신피질암 신규 발생자는 매년 50명 안팎이었다. 그나마 2000~2014년(5~31명 발생)에 비하면 발생률이 약간 증가하는 추세다. 권혜미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는 복부 초음파나 CT검사 같은 영상학적 진단 기법이 발전하고 국가건강검진 활성화로 ‘부신 종양’의 발견이 늘고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부신피질암은 초기에 대부분 증상이 없고 조기 진단을 위한 스크리닝(선별)검사도 마땅치 없다. 윤탁 전문의는 “그러다 보니 건강검진에서 복부CT를 찍었다가 우연히 부신 결절(혹)을 발견하고는 정밀검사를 받은 경우가 많다. 결절의 90%는 양성 종양, 약 10%가 암으로 판정난다”고 했다.

부신피질암은 어느 나이에나 겪을 수 있지만 5세 이전 연령과 40·5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유전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리프라우메니증후군(가족성 암증후군의 일종), 다발성 내분비종양 등에서 부신피질암 발생 빈도가 높다. 40세 이하 젊은 연령대에서 부신피질암을 경험했다면 50% 이상은 리프라우메니증후군이 의심되는 만큼 가족들이 유전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환경이나 생활습관과의 관련성 연구는 많지 않으나 흡연이 대표적인 부신피질암 위험요인으로 보고돼 있어 금연이 예방에 도움된다.

부신은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여기에 암이 생기면 호르몬 이상에 따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부신피질암의 약 60%가 특정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가장 흔한 것이 ‘코르티솔’ 호르몬의 증가인데, 몸 속에 이 호르몬이 많아지면 지방이 쌓여 비만(특히 복부)해지고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글어지거나 근육이 줄어 팔다리가 가늘어진다. 또 혈당·혈압이 상승하거나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다모증, 생리불순, 성기능 이상을 보이기도 한다.

나머지 약 40%는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 유형으로, 호르몬 과다에 의한 증상은 없다. 암이 커지면 복부나 옆구리, 등 부위 통증과 식욕부진, 체중감소, 빈혈이 나타난다.


부신피질암이 의심되면 복부CT검사로 암 크기와 모양, 주변 조직 침범 정도를 확인하고 호르몬 과다 분비 여부를 평가하는 혈액 및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 문헌에 따르면 발견 당시 2기 환자가 45%로 가장 많고 1기는 15%로 가장 적다. 권 교수는 “처음에는 부신의 양성 종양으로 오인해 비교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 유형이라면 암이 꽤 커질 때까지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간·폐 전이가 있더라도 암 진행 속도가 느리고 90% 이상 절제 가능하다면 수술로 완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수술이 어렵거나 완전절제가 안될 경우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 ‘마이토탄’ 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마이토탄은 부신피질암 치료에 필수 약물이지만 오심 구토 설사 등 부작용이 심하다. 재발했거나 전신에 퍼졌다면 마이토탄과 3가지 항암제를 병용하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하지만 이런 1차 표준 항암치료에 실패하면 더 효과적인 2차 치료법은 없는 실정이다. 부신피질암의 5년 평균 생존율은 50~70%에 그친다.

최근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신약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특히 이르면 오는 5월쯤 국내에서 면역 항암제(펨브롤리주맙)와 표적 치료제(레바티닙)를 함께 사용하는 연구자 임상시험(2상)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1차 치료에 실패한 부신피질암 환자와 가족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항암제 병합 요법은 자궁경부암과 신장암에서 효과가 입증돼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으며 간암, 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부신피질암 환자 대상으론 전 세계적으로 최초의 시도다. 임상 대상은 암이 전신 전이됐거나 국소 진행됐지만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로 1차 항암요법이 듣지 않은 이들이다.

윤탁 전문의는 “전체 부신피질암 환자의 20%, 전이 환자의 70~80%가 해당될 것”이라고 했다. 모집 인원은 30명 안팎으로 소수지만 더 이상 기댈 치료제가 없는 이들에겐 무료로 신약을 접할 좋은 기회다. 두 항암제의 3주 치료 비용은 비급여 시 1000만원 가까이 된다.

김어진 강북삼성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부신피질암은 쉽게 정보를 얻기 어려워 불안해 하는 환자들이 많다”면서도 “적절한 수술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고 처음엔 절제가 불가능하더라도 약물 치료에 반응하고 암이 줄어드는 경우 다시 수술해 완치를 꾀해 볼 수 있는 만큼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치료 시작 전이라면 부신피질암 치료 경험이 많고 내분비내과, 외과, 종양내과 등 다학제 진료가 활발한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