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곳

[한반도의 허리 강원 백두대간 대탐사] 27. 아낌없이 주는 자원의 보고, 삼수령

shepherd2 2022. 11. 14. 04:28

[한반도의 허리 강원 백두대간 대탐사] 27. 아낌없이 주는 자원의 보고, 삼수령

안의호입력 2022. 11. 14. 00:06
 
태곳적 바람·물줄기 스며든 미래먹거리 생산기지 변모
해발 935m 고개 낙동정맥 출발점
검룡소 용천 아우라지 거쳐 황해로
본지 지질학 가치 선양 조형물 설치
친환경 에너지 풍력발전 67기 운영
백두대간 ‘흰 바람개비’ 관광객 인기
초록 가득 고랭지 배추밭 절경 선사
 
풍력단지가 조성돼 일명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는 매봉산은 광활한 면적의 배추밭이 또다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아! 백두대간


정선군에서 태백시로 연결되는 국도 38호선의 두문동재 정상에서 태백시내를 내려다보면 맞은편 정면 산정에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대한 크기의 바람개비 모습이 보인다. 매봉산을 비롯한 태백산맥 준령의 산마루를 타고 늘어선 풍력단지다. 풍력발전단지가 자리한 태백산맥 자락은 육지와 동해바다의 기압차로 인해 연중 내내 바람이 오가는 바람의 길목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한축을 차지하는 풍력발전단지는 과거 태백시민을 먹여 살린 석탄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태백지역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첫머리인 대덕산에서 매봉산,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삼수령 일원의 야산은 태곳적부터 마르지 않는 젖줄로 동서남의 온갖 생명들을 키워왔으나 이제는 바람과 태양열에 자리를 내줬다.

삼수령

▲ 심수령 공원에 설치된 태백이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임을 나타내는 조형물.

태백에서 강릉·동해·삼척방면으로 넘어가는 길목이기도 한 삼수령(三水嶺)은 태백시 삼수동과 황연동의 경계에 있는 해발 935m의 고개로, 피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국도 제35호선과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곳으로 낙동정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삼수(三水)라는 고개이름은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이 이곳에서 동서남 3개 방면으로 갈라진다는 데서 유래했다.

삼수령에 내린 빗물은 땅으로 스며들어 금대봉 북쪽 방면의 검룡소에서 지상으로 솟아 골지천이라는 작은 물줄기를 이룬 뒤 정선 아우라지를 거치며 남한강의 이름을 얻어 황해로 흐르는 강이 된다. 남쪽 방면으로 스며든 물은 은대봉 너덜샘에서 솟아 황지천을 이룬 뒤 우리나라 유일의 천천동굴(하천수가 바위를 뚫어 생긴 동굴)인 구문소를 지나 낙동강을 형성해 1300리를 흘러 남해에 도달한다. 동쪽으로 흐른 물은 적각동의 작은 샘에서 솟아올라 오십천 본류를 이루며 동해로 흘러든다. 이 때문에 평균 해발고도 902m인 ‘고원 도시’ 태백은 ‘시원(始源) 도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강원도민일보사가 지난 2012년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삼수령 소재 삼대강(한강, 낙동강,오십천) 분수계에 설치한 ‘삼대강 꼭지점’ 조형물

강원도민일보에서는 지난 2013년 삼수령의 이같은 상징적 의미와 지질학적 가치를 선양하기 위해 태백시와 산림청, 예수원, 태백국유림관리소, K-Water 태백권관리단과 함께 삼수령에 삼대강(한강, 낙동강, 오십천) 꼭짓점 조형물을 설치한 바 있다.

삼수령은 풍수지리학적으로 황지연못이 있는 황지는 난리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 여겨 옛날 삼척지역 사람들이 난리가 날 때 마다 삼수령 고개를 넘어 피난했다하여 ‘피재’라고도 불린다. 백두대간종주 코스도 이곳을 지난다. 최근 들어 ‘바람의 언덕’이라는 별칭으로 매년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도 이곳 삼수령을 거쳐 올라간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 

▲ 두문동재 정상에서 출발해 검룡소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검룡소의 가을 풍경.

100년 광산도시 태백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풍경은 백두대간 준령에 하얀색의 거대한 바람개비 위용을 자랑하며 도열해 있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이다. 흰색의 거인이 검은도시를 점령하려 능선을 넘고 있는 듯한 모습은 너무 이국적이고 미래적인 모습이어서 인상적인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 삼수령 소재 태백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이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는 태백시가 전국 최고 품질의 바람 자원을 활용해 친환경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해 10여년전부터 조성·운영하고 있다. 전 지구 차원의 환경위기를 불러 온 화석연료를 지난 100년간 중심먹거리로 삼았던 태백이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변모했다는 데 대해 태백시민들의 자긍심도 대단하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에는 4㎿ 7기와 2㎿ 9기, 0.85㎿ 8기 등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태백에는 매봉산 외에도 가덕산과 귀네미, 원동 등에도 풍력발전단지를 운영, 10월 현재 태백에서는 67기의 풍력발전기에서 171㎿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 ▲ 하산하는 등산객이 가장 선호하는 시설중의 하나가 삼수령 공원에 있는 삼수정이다.

이처럼 매봉산을 비롯한 태백지역 일원에 풍력단지가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이다. 풍력발전기의 경우 초속 3~4m면 날개가 움직이고 초속 5m가 넘으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1년 내내 초속 8.3m(평균풍속)의 바람이 부는 매봉산은 1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이다. 수백m 의 땅속에서 검은 석탄을 캐올려 지난 한세기 국가발전의 동력을 제공했던 태백이 지금은 지상의 가장 높은 곳인 산마루에서 무형의 바람을 이용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매봉산 일원에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이유는 단순히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매봉산은 지난 1960년대 화전민 정착지원을 위해 조성한 대규모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가 있는 곳이다. 산기슭에 조성된 120㏊ 규모의 배추밭에서는 매년 5400t의 배추가 생산된다. 매년 봄에 파종해 8, 9월에 수확하는 고랭지 배추밭은 매년 여름 초록빛 벌판을 산자락 가득 펼쳐, 매봉산을 찾는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절경을 선사한다.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이 가장 몰리는 시기도 배추수확을 앞둔 7, 8월 한철이다. 여름철에는 배추밭 너머로 무한히 펼쳐지는 우주공간의 별빛을 보러 밤 시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항간에서는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을 일군 사람이 거지왕으로 유명한 김춘삼 일행이라는 말도 전설처럼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