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칡과 등나무(葛藤)

shepherd2 2009. 4. 1. 13:45

 
온통 세상이 갈등(葛藤)투성이다. 다들 제 잘났다고 꼴사납게 떵떵거리고 있으니 기가 차고 숨이 콱 막힌다. 좌충우돌(左衝右突)! 총중(叢中)에서 늙지도 젊지도 않은 무리들이 설치는 꼴이 영 탐탁지 않다. 갈등이 뭔가? ‘칡 덩굴과 등나무 덩굴이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견해·주장·이해관계 따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라고 사전에 써놨다.

그렇다면 칡과 등나무가 어떻게 불구대천(不俱戴天)이요 화합치 못한단 말인가. 이들 식물의 특성을 알아야 이 뜻이 풀린다. 어떻게 얽혀있기에 이런 비유를 했담? 옛날 어른들의 통철(洞徹)함에 놀람을 금치 못한다. 낡고 늙었다고 얕보면 큰코 다친다.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를 무시말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는 그레셤(Gresham)법칙이라는 게 있던가?

요 근래 우리나라의 세 생명과학자가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DNA의 구조 일부를 풀어 세계적으로 각광(脚光)을 받았다. 세상의 학자들이 눈독을 들여 풀어보느라 무진 애를 썼던 미어(謎語)가 아닌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축하한다! 다음은 필자가 얼마 전에 썼던 글의 일부다.

“세상은 ‘오른쪽잡이’ 차지인지라 원자(原子)는 물론이고 분자(分子)도 오른쪽으로 감겨있고, 핵산(DNA)도 97%가 바른쪽으로 감고(B형, 오른돌이) 단지 3%가 왼쪽감기(Z형, 왼돌이)를 한다. 이중나선구조(二重螺旋構造) 말이다. 꽈배기가 오른쪽으로 감긴 것이 거의 대부분이란 말이다. 왜 그러냐하고 물으면 아직 답할 자 없다. 말해서 ‘God knows!’다.” 때문에 바로 위에서 말한 과학자들이 신(God)인 셈이다. 이들은 B형과 Z형이 어떻게 만나 결합하는지, 생명의 신비 하나를 더 밝혀낸 것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것들을….

본론으로 돌아와, 칡 넝쿨과 등나무 덩굴이 어떻게 얽는지 보자. 알다시피 갈(葛)은 칡이고 등(藤)은 등나무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 두 나무는 모두 콩과식물로 사촌간이다. 콩과식물은 하나같이 뿌리에 근류(根瘤·뿌리혹) 박테리아가 들어있다. 즉 콩과식물은 뿌리에다 세균의 삶터를 제공해주고 뿌리혹 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질소비료를 만들어 숙주식물에 준다. 전형적인 서로 돕는 공생(共生)이다. 암튼 칡과 등은 굵은 동아줄 같은 줄기를 다른 나무 등걸에 친친 휘감고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 한데, 한 놈은 우측으로 감는 데(오른돌이) 반해서 다른 녀석은 좌측으로(왼돌이) 감아 오른다. 해답이 너무 길어졌다. DNA와 비유하여 칡은 B형이고 등나무는 Z형다. 둘이 서로 종잡을 수 없이 뒤틀려 타래를 이루니 말해서 ‘갈등’이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고, 누르고 눌리니 ‘불화’를 거기서 본다.

대부분의 생물은 좌우대칭(左右對稱)이다. 사람들은 어째서 왼쪽 손목에 시계를 차며 결혼반지는 왼손의 약지(藥指)에 낄까. 육상경기가 벌어지는 트랙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리게 돼 있지 않은가. 엄마가 아기를 껴안을 때도 왜 왼쪽 가슴을 찾게 될까. 훈장을 다는 곳도 역시 왼쪽 가슴이지 않은가.

많은 ‘생물의 방향성’ 중에서 ‘좌우문제’ 하나만을 논했다. 사람의 본마음, 심지(心地)에도 방향성이 있다. 곱게 살아야지.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방향감각을 잃었다. 콩과식물을 닮아야 하는데…. 어서 제발 갈등을 풀지어다.

글 : 권오길 (강원대학교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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