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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기능이 전신 건강 지킨다

shepherd2 2020. 9. 11. 09:42

구강 기능이 전신 건강 지킨다

 

회사원 이모(61)씨는 최근 단무지를 먹을 때 잘 씹지 못해 힘들어 했다. 예전보다 입 마름이 신경 쓰이고, 국물 먹을 때 사레도 가끔 들린다. 이에 치과 병원을 찾아 구강 기능을 체크해 봤다. 위아래 어금니를 꽉 무는 저작력이 떨어져 있었고, 혀가 움직이는 압력을 재는 설압(舌壓)도 낮았다. 이씨는 구강 기능 저하증 초기 진단을 받고, 삼키고 씹는 능력을 높이는 훈련을 하고 있다.

 

대전 선치과병원 구강내과 의료진이 환자의 혀가 움직이는 힘, 설압을 측정하고 있다. 씹고, 말하고, 삼키는 능력을 측정하여 구강 기능 저하증을 진단한다. /신현종 기자

◇구강 기능 저하증이 온다.

구강 기능 저하증이란 나이 들면서 씹고, 삼키고, 말하기 등 구강에서 이뤄지는 모든 기능이 복합적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구강 노쇠라고도 부른다. 이 개념은 초고령사회 일본서 비롯됐다. 고령자의 구강 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면, 영양 섭취 부실에 따른 신체 노쇠가 오고, 인지 기능 자극이 줄어 치매가 늘고, 여럿이서 대화하거나 밥 먹는 것이 불편해 사회적으로 고립된다는 것이다. 치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강 기능 전체를 봐야 한다는 개념이다.

구강 기능 저하증의 징조들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물 마실 때 사레에 자주 걸린다. 이는 혀와 인두의 움직임이 조화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 밖에 딱딱한 음식이 먹기 불편해 부드러운 것만 찾게 되거나, 혀 움직임이 둔해져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구강 건조가 심해져 구취가 나고, 치아 개수가 적어지고 아구 힘이 약한 상태가 된다.

일본 치의학계에서는 간단하게 반년 전에 비해 1. 딱딱한 것을 먹기 힘들다, 2. 사레가 잦아졌다, 3. 입 마름이 심해졌다 등 이 3개 중 두 개에 해당하면 구강 기능 건조증이 의심된다며 검사를 권한다<그래픽 참조>.

 

구강 기능 저하증 체크 리스트

 

◇삼키고 말하고 씹는 기능이 중요

일본에서는 일곱 가지 구강 기능을 측정한다. 3개 이상이 기준 미달이면 구강 기능 저하증 또는 구강 노쇠로 진단한다. 첫째는 남아 있는 치아 수와 하얗게 이끼가 낀 것처럼 보이는 설태나 플래그 치태 양을 본다. 구강 위생이 얼마나 좋은지를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입 마름 정도를 본다. 나이 들면 타액 분비가 줄어 구강 건조증이 온다. 혀가 얼마나 젖어 있는지를 조사한다.

위아래 어금니를 악 무는 힘이 얼마나 좋은지, 교합력도 측정한다. 혀와 입술의 운동 능력을 재는데, 카·파·타 각각의 단어를 얼마나 빨리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지 재본다. 일반적으로 1초당 2~3번 이상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혈압을 측정하듯 혀의 힘 설압도 잰다. 풍선 같은 기구를 혀와 입천장 사이에 끼고 혀를 힘껏 밀어 올리는 힘을 잰다. 껌 씹기로 저작 능력을 잰다. 색소 알갱이가 들어가 있는 껌을 스무 번 씹게 하여 껌 색깔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는 검사다. 잘 씹었으면 껌 속 색소가 많이 터져 나와서 껌 색깔이 진해진다. 삼킴 기능은 인두와 후두 움직임을 직접 보는 비인두 내시경으로 정확히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시행하는 이 같은 구강 기능 검진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대전 선치과병원 김영건 구강내과 과장은 “고령자 70여 명을 검진해보니, 의외로 혀의 힘이 약하고, 발음 정확도가 떨어지고, 씹는 힘도 약한 이가 많았다”며 “일본 고령자 조사에 따르면, 70대 열 명 중 네 명 정도가 구강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되는데 우리나라도 그와 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강 기능을 높이려면

사레에 걸리면 음식이나 물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에 걸릴 수 있다. 노쇠한 고령자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잘 삼키려면 혀 운동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매일 혀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앞으로, 좌우로, 위로 세게 뻗어주는 방식이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10초 동안 유지하는 것도 삼킴 기능을 높인다. 하루 10회 권장한다.

입을 다문 상태서 공기를 불어넣어 양쪽 볼을 최대한 빵빵하게 만드는 연습도 권장한다. 입을 다물고 혀로 한쪽 볼이 튀어 나오게 민 상태서, 같은 쪽 엄지로 혀를 밀었을 때 혀를 버티게 하는 훈련도 혀의 운동 기능을 높인다.

설압을 높이려면 부드러운 질감의 수저를 혀 중간부에 놓고 혀로 입천장 쪽으로 힘껏 밀어 올리는 운동이 좋다. 침 삼키기 훈련도 도움이 된다. 목 앞에 튀어 나온 목젖을 손으로 잡고, 입을 다문 채 침을 꿀꺽 삼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침을 삼키고 나면 목젖이 원래 위치보다 올라가는 것을 손으로 느낄 수 있다.

말을 정확히 빠르게 하고 싶으면 발음하기 어려운 문구를 빨리 정확히 말하는 이른바 텅 트위스터(tongue twister) 놀이를 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특허허가과 허가과장 허과장’, ‘저기 저 뜀틀이 내가 뛸 뜀틀인가 내가 안 뛸 뜀틀인가’ 등의 문장 여섯 개 정도를 골라 하루에 여러 번 말해 보면 좋다.

구강 건조증을 줄이려면 침샘 마사지가 권장된다. 입안으로 침을 분비하는 귀밑샘, 턱밑샘, 혀밑샘을 손으로 마사지하듯 눌러서 침 분비량을 늘리는 훈련이다. 특히 식사 전에 하면 침이 많이 나와 소화에도 좋다.

연세대 치과병원 김기덕 통합치의학과 교수는 “구강 기능이 전신 건강을 지키는 게이트(gate·대문) 역할을 한다”며 “맞물린 치아 개수를 최대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령사회를 맞아 구강 기능 전체를 평가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