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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만 내면 한달 내 조세천국 '국적쇼핑'"…이민 인기 높아진 섬나라들

shepherd2 2024. 2. 5. 08:24

"1억만 내면 한달 내 조세천국 '국적쇼핑'"…이민 인기 높아진 섬나라들

전진영입력 2024. 2. 5. 06:02수정 2024. 2. 5. 07:26
 
가장 빨리 시민권 주는 '바누아투'
가족 4명 시민권 주는 '엔티가 바부다'

코로나19 전후로 전염병과 물가 급등, 세금 등의 문제로 조세회피처로 이민을 가는 부유층이 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태평양 및 카리브해 섬나라로 떠나는 이민이 크게 늘고 있다. 투자이민 결정 이후 불과 한달 내로 시민권이 부여되는 나라부터 한 사람만 투자이민을 결정하면 가족 4명까지 시민권을 주는 나라들도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국제교류 전문업체인 핸리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백만장자 12만명은 이민행을 선택했다. 한국의 이민자들도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다시 크게 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사람은 2만8686명으로 전년 대비 12.1% 급증했다.

지난 2019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손태영.[사진출처=손태영 인스타그램]

특히 우리 돈 10억원 안팎의 투자이민 비용이 들어가던 호주, 미국, 캐나다 등과 달리 최근에는 1억~2억원 정도 투자금만 내면 한달 만에 시민권이 나오는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주요 이민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조세회피처인데다 연중 온화한 기후, 쾌적한 생활환경으로 '국적 쇼핑객'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국적쇼핑 후 한달 뒤 바로 시민권 주는 '바누아투'
바누아투의 바다.(사진출처=바누아투 관광청)

남태평양 섬 바누아투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시민권 취득이 가능한 나라다. 1인당 13만달러(약 1억7348만원)를 정부에 기부하고 한달 정도를 기다리면 명예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시민권을 받기 위해 일정 기간 살아야 하는 '거주 의무기간'도 없으며, 필요한 학력이나 언어 조건도 없다. 바누아투 여권으로는 98개국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또한 바누아투는 연평균 기온이 섭씨 20~30도로 따뜻한데다가, 아름다운 산호초가 유명해 다이버들이 꼭 방문해야 하는 버킷리스트 국가로 불린다. 영국과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역사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언어장벽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것도 장점이다. 또한 법인세, 부동산 취득세, 재산세 등이 0%인 '조세 천국'이란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147개국 무비자 여행 가능한 '그레나다' 시민권
그레나다의 전경.(사진출처=그레나다 관광청)

카리브해 남부에 위치한 그레나다는 계곡, 삼림, 온천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육두구, 계피 등 각종 향신료를 생산하고 수출해 '향신료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그레나다는 정부가 승인한 부동산에 22만달러(약 2억9000만원)를 투자하거나, 정부 펀드에 15만달러(약 2억원)를 기부하면 4~6개월에 걸쳐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일정 기간 거주해야 시민권을 줄 수 있다는 조건도 없다.

그레나다는 시민권을 취득하면 147개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도서국보다 상대적으로 여권 파워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을 무비자로 갈 수 있어, 중국인과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영국령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데다, 시민권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1인 국적쇼핑 가격에 가족 4명 패키지로…'앤티가 바부다'
앤티가바부다의 해수욕장.(사진출처=앤티가바부다 관광청)

카리브해에 위치한 또 다른 섬 앤티가 바부다는 일 년간 매일 한곳씩 돌아도 전부 못 볼 정도로 해수욕장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해외 유명 연예인들이 파티 등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는 섬으로도 유명하다.

앤티가 바부다의 경우 40만달러(약 5억3000만원)짜리 부동산을 사거나, 정부에 10만달러(약 1억3340만원)를 기부하면 된다. 1명이 기부금을 내면 투자자와 그의 가족 4인까지 시민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가족 단위 투자 이민지로 인기가 높다. 대신 5년간 투자를 유지해야 하며, 시민권 취득 후 첫 5년간은 매년 최소 5일을 앤티가 바부다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공용어가 '영어', 언어장벽 낮은 '세인트키츠 네비스'
세인트키츠 네비스의 모습.(사진출처=세인트키츠 네비스 관광청)

세인트키츠 네비스는 1983년 영국 지배에서 독립한 섬나라다. 공용어가 영어기 때문에 유럽과 달리 언어에 대한 장벽이 낮은 편이다. 각종 문화유산이 많아 매년 6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세인트키츠 네비스는 개발사 부동산을 40만달러에 매입해 7년 동안 투자를 유지하거나, 정부나 공공 프로젝트에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를 기부하면 약 6개월에 걸쳐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 연안국은 기존 이민국이었던 유럽, 호주, 캐나다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싼 가격을 자랑해 인기가 많다. 가령 유럽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투자이민국인 몰타의 경우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70만 유로(약 10억원)의 부동산을 구입해야 하고, 정부에 60만 유로(약 8억6000만원)를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몰타 내 자선단체에 10만 유로(약 1억4400만원)를 기부해야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 20억원은 들여야 시민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 납부금 60만 유로는 3년 뒤에야 시민권 신청이 나오며, 1년 뒤에 시민권 신청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납부금이 75만 유로(약 10억8000만원)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