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날 방구석에 앉아있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서울시에서 로드 플래너 손성일 씨 조언을 받아 아름다운 가을길을 둘러본다.
밤 풍경이 아름다운 길
동대문 서울성곽길
낙산 언덕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황홀한 밤
성곽 안쪽 길에는 이화동 벽화마을의 길거리 갤러리를 감상할 수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혜화동으로 내려가면 마로니에 공원, 대학로 등 에너지 넘치는 풍경과도 만날 수 있다. 야경을 즐기려면 동대문역사공원에서 6시30분쯤 출발하는 게 좋다.
성동 생태길
루트 곳곳에서 늦은밤 한강을 만나다
서울숲은 계절에 상관없이 여러 볼거리를 제공하고 응봉산과 매봉산 정상의 전망대는 막힘 없는 시원한 경관을 보여준다. 또 서울숲과 함께 한강 일대가 조망되어 밤이 내리면 카메라와 삼각대를 든 사진 애호가들이 올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조망을 갖고 있지만 코스 중간 복잡한 주택가들이 있어서 자칫 헤맬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루트를 정확히 숙지한 후 출발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서울숲~남산길 안내 표지판이 담벼락, 전봇대, 가로수 등 곳곳에 있으니 심하게 헤맬 일은 없다.
서울시 추천 루트는 동대입구역에서 끝나지만 조금 더 걷고 싶다면 국립극장을 지나 남산 정상까지 올라보는 것도 추천한다. 남산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의 야경이야말로 밤이 아름다운 '서울숲-남산길' 도보 여행의 백미가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고구려 시대를 걷는다
광개토대왕길
고구려 군사 주둔지였던 보루가 복원되어 있고, 코스 시작 부분에 고구려 역사문화홍보관과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동상 등도 있어 고구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면 아차산 능선에서 보이는 한강 둔치의 코스모스 물결이 장관이다. 산은 낮아도 주변 일대가 평지라 정상에서 보이는 한강과 어우러진 도심의 야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아요
생태 꿈을 선사받는 곳
정릉 숲길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젊었을 때 '낭자, 물 한 모금 얻어마십시다'라고 말을 건네자 '천천히 마시라'는 의미로 '버들잎을 띄운 물바가지'를 건넸으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건국의 어머니가 된다는 일화가 기쁜 이야기라면, 어머니를 너무도 싫어했던 태종(이방원)이 정권을 찬탈하자 신덕왕후를 핍박하기 시작, 결국 성내에 있던 어머니의 묘를 성 밖으로 옮겨버리고 능을 둘러쌓고 있던 각종 석물을 없앤 일, 그것들은 광통교 받침대로 거꾸로 세워버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씁쓸함을 던져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가족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정릉길은 이런 스토리 말고도 울창한 참나무와 소나무, 새소리 물소리에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보석같은 길이다.
조선을 만나는 고즈넉한 골목
성북동 고택 북촌 문화길
그만큼 산책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숙정문에서 삼청동으로 내려가고 나면 또 다시 북촌 언덕을 올라야 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집들은 모두 우리나라 역사와 숨결을 안고 있다.
옛 보물지도를 따라 걷는 듯한 길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데 일생을 바쳤던 최순우 선생의 옛집에서 한국의 미를 발견하고 길상사에서는 법정 스님의 깨달음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고풍스러운 수연산방에서 차 한 잔의 향기에 취하고 만해 한용운 선생이 기거하던 심우장에서 굽히지 않는 기개를 느껴보자. 삼청공원에서는 푸르른 숲의 기운을 몸 구석구석 채워보자. 성북동의 소박한 옛길은 걷는 이들에게 따스함과 맑고 향기로움을 온 몸 가득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괜찮은 소풍 코스이다.
걸어도 걸어도 질리지 않는 길
인사동 미술 거리
인사동이 예전에 비해 음식점, 카페들이 많아져 본래 갖고 있던 정취가 많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수많은 간판에 가려있을 뿐, 여전히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인사동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인사동을 걸을 때는 조선미술학근현대사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는 면면을 살피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인사동 거리를 걷노라면 다양한 풍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이곳만의 특권일 것이다. 골목마다 기념품점이며 공예집들이 빼곡하니 길을 잃고 해매도 여전히 즐거운 길이다. 도보 끝의 탑골공원에선 조용히 산책을 즐기며 도보여행에 지친 몸을 잠시 쉴 수도 있다.
가을맛나는 풀밭길 지나 프랑스 마을
서리골 서리풀 공원길
주변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공원길을 걷다보면 산책을 나온 외국인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 이국적인 코스이다. 건물들의 정글인 강남 한가운데 이런 아름다운 숲길들을 이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서리골 공원에서 몽마르뜨 공원을 지나 자연에 동화되는 숲 서리풀 공원까지, 누에다리와 서리풀다리가 만들어지면서 세 공원의 산책로가 모두 연결됐다. 도심 숲길을 따라 가족과 함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가볍게 걷기 좋은 길이다.
연인이 걸으면 더 가까워지는 길
손잡고 걸어보세
남산 순환 산책 1길
루트 서울역 - 북측순환산책로 - 남측순환산책로 - N서울타워 - 남산도서관 - 서울역 거리 약 9.8km 소요 시간 약 3시간 난이도 5/10 중급 남산 순환길과 서울성곽길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남산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내내 특별한 개성을 뽐내는 서울 도심의 낭만 산이다. 남산순화 산책1길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한 남산 중턱을 가볍게 걸을 수 있어 시기를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들이 찾는 산책로다. 걸을 때마다 사시사철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산책로는 북측 순환산책로를 지나 남측 순환산책로로 이어진다. 특히 가을에는 산책로 전체에 곱게 물든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길게 이어진 아름다운 산책길은 낮에도 걷기에 좋지만 조명 시설이 잘되어 있어 밤에도 가로등과 달빛 아래서 걷기에 좋다.
코스 중간에 있는 N서울타워는 각종 공연과 문화 행사 등 볼거리를 제공하고, 사랑의 열쇠탑은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맹세하기 위해 많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글 이누리(프리랜서) 사진 서울시, 이영근, 이책007]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50호(12.10.30일자) 기사입니다]
♬ 동심초(김억 작사.김성태 작곡)- 바이올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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