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내 삶과 문화

아가라 딱딱 벌려라 열무김치 들어간다

shepherd2 2017. 10. 19. 15:07

열무김치



조병철글에 보면 열무김치는 이런 노래로 시작한다

아가리 딱딱 벌려라 열무김치 들어간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열무김치로 맛있게 식사하면서 어릴적 불렀던 동요의 일부분 이다.

그밖의 내용은 잘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아무튼 분명한 건 ‘열무김치’라는 단어다.

그리고 여름철이면 시원하게 먹었던 그 아련한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노래가 구전되었던 걸로 봐서 열무김치는 서민들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었 음에

틀림이 없다. 늦은밤 시장기가 돌아 완전 순꽁 보리밥을 찬물에 말아 다른 반찬 하나도 없이 오직

열무김치 한가지와 밥을 먹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코끗이 찡해 오는것이 아난가?

가끔씩 아주 특별한 음식을 접할때 너무 맛있고 감동이 되어(?) 주책 스럽게 눈물이 난 적이 없지

는 않았지만 지금 먹는 이 보리밥과 열무김치는 분명 그런 감동의 맛과는 거리가 먼 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핑돌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열무김치 맛이 옛날 고교시절 자취할때

엄마가 담궈 가지고 온 그 맛과 완전히 똑 같았기 때문입니다.

별로 기억력이 좋지 못한 내가 30년이 지난 엄마의 손맛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지만 그러나, 생각해 보면 맛을 기억하는 기억력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맛을 기억하는 것으로 전이 된 것이다!



열무는 어린 무의 다른 이름이다.

무를 파종하고 나서 싹이 트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뽑은 것을 가리킨다.

아주 어린 것은 부드러워 된장국에 넣으면 제격이고, 좀 더 자란 것은 열무김치를 담가 먹으면

그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여름철 농촌에서는 찬밥일지라도 열무김치와 된장찌개만 있으면 한 끼 점심을 때울 수 있었다.

또한 그 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다.



예전에는 여름철에 지금처럼 포기 배추김치를 먹기가 어려웠다.

동네의 어떤 집에 결혼이나 환갑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여름철에도 포기 배추김치를 맛 볼 수

있었으나, 평상시에는 이런 김치는 맛보기가 힘이 들었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열무김치에 의존하는 생활이었다.

무,배추같은 저온성 채소의 여름철 재배는 예전에는 사실상 불가능 했다.








그래서 늦여름 파종하고 늦가을에 수확을 해서 겨울철 김장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름철에는 열무수확을 목적으로 일찍이 그늘진 콩밭골에 무를 파종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여름철에 열무를 줄뿌림하여 자라는동안 솎아내면서 열무김차를 담갔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 가정에서 김장채소를 직접 심어 먹었다

김장채소는 땅속의 굼벵이 같은 벌레와 하늘의 새들의 피해를 받는 경우가 있어 아주 많은 양의

종자를 뿌렸다.



그리면 아주 베게 싹이 올라 왔고, 이것을 주기적으로 솎아 주면서 실한놈을 키워낸다

이런 솎음 채소류는 아주 소중한 여름 김치용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니까 열무는 김치용 채소를 생산하기 어려운 단경기에 이용하던 채소였다.

이제는 서늘한 고랭지에서 여름철 무 배추 재배가 성하다.

또한 여름철에도 자랄 수 있는 새로운 무 배추의 품종이 많아 여름에도 김장용 채소가 흔하다



그러나 열무김치는 아련한 맛을 찾는 나이든 사람의 향수를 달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양적으로 보면 열무에는 비타민A와 섬유질이 풍부한 여름철 건강식품이다.

또한 재배도 쉬워서 그냥 씨앗만 뿌려 놓으면 저절로 자란다.

그래서 환경 친화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지난번 어떤 모임에서 열무냉면을 맛볼 기회가 있었다.

열무김치가 잘 익어 시큼했고, 살얼음이 둥둥 떠서 정겨웠다.



그런데 열무가 너무 세서 부더러운 열무고유의 맛은 찾아볼수 없었다

게다가 여름 날씨가 싸늘해서 몸이 떨릴 정도 차가웠다.

도저히 한 그릇을 다 비울 수가 없었다.

주문할 때 기대감은 어김없이 무너졌고 본전이 생각났다.

올해는 여름이 시작하자마자 직접 무씨앗을 뿌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렷지만 파종직후 비가 잦아 아주 잘 자랐다.

열무김치에 적합할 걸로 골라서 수확했다.

열무김치를 생전 처음 담아 보는 솜씨로도 열무김치는 아주 정겨운 맛을 제공했다.

열무김치의 부드럽고 시원한 맛은 여름철 식욕을 촉진했다.

열무김치 덕분에 올 여름은 고향을 맛을 듬뿍 느끼면서 보냈다.



열무는 재배가 아주 간단하고 종자만 뿌리면 그냥 자라준다.

정원이나 뒤뜰의 좁은 면적에 유기재배로도 제격이다.

적당한 소금간을하고 풋고추와 부추를 썰어넣어도 제맛이다  

지금도 입맛당기면 누구나 손쉽게 여름철 열무김치의 맛을 낼 수 있다.

보리밥이 아니더라도 어느 밥이나 냉면이나 국수나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린다.

예전의 어머니 손맛을 그리며 열무김치 오독오독 씹는맛은 정겹기 그지없다.

 

  

 

    * 가을 * 가을 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 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 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 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오라 부탁 하노라 동요 가사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