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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정유사는 어떻게 될까?

shepherd2 2019. 2. 17. 08:15

전기차 시대, 정유사는 어떻게 될까?

오토티비 입력 2019.02.15 09:14 댓글 79

 
 
전기차 vs 내연기관은 결국 에너지의 대결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정유사

 

자연계에 늘 존재했던 전기를 인간이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이동수단의 동력원으로 이용한 것은 19세기에 와서의 일. 1827년 헝가리의 발명가이자 성직자였던 예드릭(Jedlik)은 전기로 움직이는 전동기를 고안했고, 몇 년 후 매우 작은 자동차에 실험적으로 사용했다. 1835년에는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교의 스트라틴 교수가 작은 전기차를 만들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1838년 스코틀랜드인 로버트 데이빗슨은 전기기관차를 고안했지만 속도는 시속 6km에 불과했다.

 

1884년에 나온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는 한참 뒤에 나왔다. 1884년 영국의 전기공학자 토마스 파커는 런던에서 첫 양산형 전기자동차를 선보였다. 이는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로 특허를 받은 벤츠 1호차보다 2년 앞선 성과였다. 이후 19세기 말~20세기 초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각축은 계속되었다. 초반의 승기는 전기차가 잡았다. 내연기관이 기술 개발 초기 불안정할 때 전기차는 간단한 구조와 진동 및 소음, 매연이 없는 장점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해나갔다. 20세기 초 전기차는 벌써 3만 대나 보급되면서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내연기관의 발달로 전기차가 도태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연기관 쪽도 기술개발을 계속 하며 반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상대 진영의 기술을 활용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랭킹 레버의 전동화. 손으로 레버를 돌려 힘들게 시동을 거는 과정을 전기로 바꾸면서 엔진 시동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크게 없앴다. 더불어 내연기관의 효율을 높이면서 주행거리를 늘려나가자 전기차의 단점(짧은 주행거리)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유사들은 석유 공급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해나갔다

 

특히 연료 재주입 시간이 전기를 충전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점은 내연기관차의 큰 장점이었다. 이에 발을 맞추며 정유사들은 석유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빠르게 진행해나갔다. 공격적인 일부 정유사들은 기름 공급 확대를 위해 전기자동차 회사를 사들려 폐업시키기도 했다. 결국 전기차는 배터리의 크기와 무게, 효율, 충전시간, 가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내연기관에 밀렸고, 이후 자동차는 정유사들의 차지가 되었다.

1996년에 나온 전기차, GM EV1

 

100여 년간 계속되었던 자동차와 내연기관의 밀월은 환경 문제로 인해 급변하기 시작했다. 1990년 초,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질자원위원회(CARB)는 자동차의 고효율을 강제하기 시작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배출가스가 없는 자동차를 운행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은 대안은 전기차였다. 이 무렵 크라이슬러의 테반(TEVan, 1993~1995), GM의 EV1(1996~1999) 및 쉐보레 S-10 EV 픽업(1997~1998), 포드의 레인저(Ranger) EV 픽업(1997~2002)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물론, 토요타 RAV4 EV(1997~2003), 닛산 알트라(Altra, 1998~2002), 혼다 EV 플러스(1997~1999)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다양한 전기차를 내놓았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력회사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자동차 시장에서 전력회사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정유사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가져올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 전력회사는 발전 연료별로 원자력, 화력, 수력, 풍력, 조력, 태양광 등 서로 다르지만 전기 확대 앞에서는 힘을 모았다.

 

환경 문제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정부의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과 함께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400km 가까이 늘어나면서 전기차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충전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회사의 입장에서는 아직 투자 단계이지만 정유사에게 빼앗겼던 자동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되찾을 좋은 기회인 셈. 그러나 100년 넘게 기름에 의존해 왔던 산업 구조가 순식간에 전기로 바뀌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전기차의 확대는 에너지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를 전환시키는 것으로, 이는 산업혁명 이후 전기혁명으로 불러도 될 정도다.

 

수소충전소의 모습. 기존 주유소와 비슷하다

 

전기차가 앞으로 널리 보급되면 에너지 기업, 특히 정유사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의 역할이 과거보다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주도권을 모두 넘겨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전기 생산의 상당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유사에겐 수소전기차란 연결고리가 있다.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만드는 이상 그들의 전통적인 역할은 일정 부분 계속될 것이니까. 특히 수소전기차의 경우 필연적으로 수소충전소가 필요한데, 이 시설은 전력회사보다는 기존 주유소와 유사하다.

전기차 시대에도 정유사는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이든 전기든 운송수단의 주도권은 결국 에너지 기업이 갖고 있다. 한때 정유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전기차의 보급이 더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이제 전기차 보급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언뜻 전기차가 늘어나면 정유사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 생산과 수소전기차가 있는 한 그들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바로 수소가 매개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