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로 오세요"..외국 관광객에 문 연 '은둔의 이슬람왕국'
입력 2019.09.28. 19:53
'은둔의 이슬람 왕국' 사우디가 외국 관광객에게 문을 열었다.
항간에 사우디 비자는 북한보다 받기 어렵다는 비유가 있었을 정도로 사우디는 외국인 관광에 폐쇄적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발급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지만 사우디의 이번 결정이 시선을 끄는 이유다.
사우디 관광 비자를 받으려면 인터넷 등록 또는 사우디 내 공항에 도착해 방문 비자를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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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보물을 처음 발견하는 사람이 되세요"
'은둔의 이슬람 왕국' 사우디가 외국 관광객에게 문을 열었다.
한국을 비롯한 49개국에 관광만을 위한 비자를 28일부터 발급키로 했다.
이슬람 발상지이자 성지인 사우디는 엄격한 종교 율법과 보수적인 관습이 지배한 탓에 외국인의 방문을 아랍계 이슬람 사회의 통합과 종교적 순수성을 저해하는 '불순한' 요소로 여겼다.
항간에 사우디 비자는 북한보다 받기 어렵다는 비유가 있었을 정도로 사우디는 외국인 관광에 폐쇄적이었다.
외교관 신분이 아니라면 무슬림의 성지순례와 초청장이 필요한 사업, 가족 방문, 취재 등 특별한 경우에만 엄격한 비자 심사를 통해 사우디를 방문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발급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지만 사우디의 이번 결정이 시선을 끄는 이유다.
무슬림이 아니면 이슬람의 최고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여전히 방문할 수 없지만,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미지의 사우디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외국 여행객에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사우디 관광 비자를 받으려면 인터넷 등록 또는 사우디 내 공항에 도착해 방문 비자를 신청하면 된다. 1년 유효 기간의 복수 비자에 체류 기간이 90일로, 조건이 좋은 편이다.
사우디 관광·국가유산위원회(SCTH)는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비자를 받는데 평균 7분밖에 안 걸린다. 신청인은 자신의 종교도 입력할 필요가 없다"라며 개방성을 부각했다.
사우디 정부는 27일 '사우디의 마음과 문을 엽니다'라는 주제로 사우디의 문호 개방을 알리는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아흐마드 알카티브 SCTH 위원장은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라며 "사우디는 열리고 있다. 우리의 집을 열고, 전 세계의 손님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열었다. 사우디로 오라. 사우디는 여러분을 환영한다"라고 선언했다.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는 영어로 'OPEN'이라는 글자가 쉴 새없이 강조됐다.
사우디의 개방 정책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이다.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사우디의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 탈(脫)석유 시대를 준비하고, 여성의 권리 증진과 사회 참여 확대를 축으로 하는 온건한 이슬람 현대 국가로 전환한다는 국가 개조 계획이다.
1년 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 이미지가 타격을 받았지만, 비전2030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탈석유 시대를 대비하려는 최우선 사업으로 관광을 택했다.
SCTH와 사우디투자청(SAGIA)은 27일 캐나다 트리플5, 아랍에미리트(UAE) 마지드 알푸타임, 인도 OYO, 사우디아 항공 등 쇼핑몰·호텔 개발사와 260억 달러(약 31조원) 상당의 양해각서를 맺고 관광 산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우디는 홍해 변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이슬람 율법과 관습에서 자유로운 고급 호텔과 리조트, 위락 시설을 짓는 관광특구 사업도 진행 중이다.
SCTH는 2030년까지 연간 국내외 관광객 1억 명을 유치하고,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3%에서 10%까지 높인다는 계획도 이날 발표했다.
또 앞으로 10년간 15억 명의 승객을 수용하는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호텔 객실 50만 개와 일자리 100만 개를 새로 마련한다는 원대한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SCTH가 추천한 사우디의 대표적 관광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5곳
▲알울라의 나바테아 문명 유적지 = 요르단 남쪽 페트라의 나바테아 문명이 가장 잘 보존된 최대규모의 유적지
▲아디리야의 아투라이프 구역 = 사우디 국가의 첫수도
▲제다 구시가지, 메카의 문 = 독특한 건축 양식의 구시가지
▲하일 지역 암각화 = 1만년 전 인물 ·동물 형상 암각화
▲알아흐사 오아시스 = 250만 야자수의 서식지이자 세계 최대 오아시스
※발전하는 현대문화의 중심지·축제
▲다란의 킹압둘아지즈 센터 ▲재다 해변도로의 현대 조각 공원 ▲제다 자밀 전통예술관 ▲제다 구시가지 나시프 저택 ▲아시르 플라워맨 페스티벌 ▲알울라의 탄토라 겨울 페흐티벌 ▲2020년 홍해 국제영화 페스티벌 ▲알라 빈 유세프의 사우디 현대 음식전 ▲자흐라 알감디의 예술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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