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삶을 잊고

최면을 거는 여자

shepherd2 2013. 4. 30. 14:23

 

 

나는 손이나 가방

그리고 책상 위에 거울이 없으면 불안해 한다.

이와 같은 습관은

정식으로 미국 직장에서 일을 때부터 생긴 것으로 기억이 된다.

 

 

한창 일에 몰두하다가도 잠시 멈추고는

바로 옆에 놓아둔 거울을 수시로 집어 들곤 했다.

혹시 눈곱이 끼었거나 콧물이 말아 붙었나

혹은 이빨에 음식물 찌꺼기 라도 끼어있나 하고..

나는 그런 식으로

나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일상생활의 부분이 되다 보니

가방 속이나 주변에 거울이 없으면 불안하고 안절부절 한다.

이런 습관을 두고

세간 (世間) 에서는 결백 증이다 혹은 완벽주의 자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습관 덕택에

내가 결코 미인이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를 채게 되어

무리한 건방은 자제할 안다는 점이 다행으로 여긴다.

 

 

더 나아가

거울이란 사람의 모양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양과 사상에 대한 수정은 물론

사람의속까지 비추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깨우칠 있었다.

순전히 남의 시선과

결백 때문에 시작 거울보기가

언제부터 거울 속의 여자와 대화가 시작된 것은,

어느 거울 안에 있는 나를 보는 순간

내가 젊음이라는 것과 결별을 하기 위한 강력한 면역체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이였다.


 

그때부터

아침에 화장을 마치고 나면 거울 속에 있는 나를 향해

괜찮아 아직 만하다 …” 하면서 집을 나섰다.

그러고 나면 진짜 하루 종일 괜찮은 여자처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누가

등을 두드려 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확인 시켜주듯

스스로 그런 식의 자기최면을 걸곤 했다.

*

사십 대에서 오십 대로 접어들면서

모든 생활 자체가 나를 지치게 했다 .

가정이 만들어지고 자식도 낳아 기르면서

가정과 사업을 병행하는 실정에서 적당한 선에서

꼬여진 매듭을 풀고 바른 선택을 위한 고민 등을 조율하면서

사는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자란

힘들고 지치게 되면 어쩔 없이 마음뿐만 아니라

여자라는 형체까지 파괴가 된다.

 

 

이제는

중년혹은 노인이라는 소리에 기겁을 하던 마저 그리워하게 되자

기꺼이 자기 최면 수위도 조금씩 높이게 된다.

*

요즈음은

거울 속으로 샤워를 하고 나오는 나이든 여자를 바라보며

서슴지 않고 어머, 아직도 괜찮은 ….”

노골적인 응원까지 해댄다.

*

화장을 하고 나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예전 보다 조금씩 줄어들어 상실감마저 생겨지면

여자라는 것을 포기하고 주저 앉게 될까 불안한 나머지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것이다.

누구 없이 늙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기엔 아직 의식이 살아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거울 속의 나를 향해 너를 믿는다 라는 채찍질을 해야 하는 것이다.

육십이 되면 어떻고

설령 구순 이후까지라 살아있기만 한다면

끝까지 거울 여자를 향해

최면을 걸어주는 응원 군으로 남을 것이다.

 

(본 이미지 삭제하고 다른 이미지 올림) 

"어머 !! 당신 여전히 멋지군요…..”

 

글,사진/ 작성

(미 중불방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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