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이 녹아내려 얼음 호수를 이뤘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는 자연 그대로 순백의 모습을 간직한 채 웅장한 대자연의 진수가 무엇인지 알려 주는 산맥이 많다. 그중에서도 이곳 북아메리카 대륙의 척추 같은 로키산맥은 빼어난 절경과 험준한 산이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것 같은 포근한 매력을 전해준다. 가장 높은 곳에는 4천 년 전 존재했던 빙하기 잔재도 있고, 일 년 내내 녹지 않는 두꺼운 만년설이 있어 신비함을 더해 준다. 눈이 녹아 생긴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야생 사슴과 순록이 모여들어 그 물을 마시는 광경은 천국을 연상하게 한다.
만년설은 녹아서 사슴과 순록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해주고, 달콤한 솜사탕 같은 구름을 품은 호수를 무려 150여 개나 만들어 놓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졸졸 흐르던 개울물이 모여서 높은 산악지대에 이런 얼음 호수를 만들어 놓았다. 호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오랜 세월 나뭇가지가 쌓여 만들어진 퇴적층을 육안으로도 하나하나 볼 수 있다. 마치 일급수 수중 퇴적 창고 같다.
바다 깊은 심연 속에서 잠들던 이곳 지형은 15억 년 전, 지각변동으로 용암이 솟구쳐 오르다 중도에 멈추면서 바닷속에서 그만 화강함으로 변했다. 만약 지상으로 한 번에 쑥 올라왔다면 지질학자들은 화산 용암으로 이루어져 지금과 같이 자연의 신이 함께 하는 듯한 로키마운틴 산맥은 볼 수 없었을 거라 말한다. 암튼 천만다행으로 바다 속에서 융기하다가 멈춘 덕에 아주 기가 막힌 냉각이 되면서 암석층이 굳어져 지금의 로키마운틴 산맥을 이루는 기본 토양이 되었다고 하니 자연의 신비함은 듣고 들어도 언제나 신비하다.
그러다 7천만년전, 다시 융기하면서 이 암석층은 결국 해님과 조우하게 되었고 그러다 마지막으로 2천5백만년전, 다시 재융기 하면서 오늘날의 로키마운틴 산맥이 최종 형성된 것이다. 동쪽으로는 가파른 절벽이, 서쪽으로는 해발 1500~2000m의 광대한 콜로라도 고원지대가 펼쳐지면서 높다란 고봉의 로키마운틴에서 내려오던 물줄기가 고원지대로 내려와 지난 7천만년 동안 돌고 돌면서 점점 강한 바람과 함께 침식돼 지금의 대협곡을 이루었는데 바로 이곳이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이다.
올해로 국립공원으로 지정 된 지 백년 되는 로카마운틴 국립공원을 올라가다 보면 크게 네 군데 지대를 직접 볼 수 있는데 맨 아래는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지대 사이로 목장이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면 계곡과 산등성이에 펼쳐진 백양나무와 소나무가 숲을 이룬 울창한 산림지대를 보게 된다. 그러다 고도가 더 높아지면서 아한대성 나무들과 잡목이 보이기 시작하다 결국 3000m가 넘으면서 그나마 있던 나무가 사라지고 만년설이 두껍게 버티고 있는 툰드라 지대가 펼쳐진다. 높은 봉우리로 절벽 따라 올라오는 사이사이 쉼 없는 변화에 탄성이 이어지면서 청정자연의 기운을 눈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온 몸으로 느끼고 즐기면서 로키마운틴의 매력에 흠뻑 젖어 든다.
글 사진 앤드류 김 / webmaster@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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